바로님, 이런 말이 누워서 침뱉기같지만... 전남친이 저랑 헤어지고 만나는 썸녀의 사진을 보게 됐어요... 그런데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어요. 솔직히 저보다 못생기기도 했고, 전남친이 평소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던 스타일이었거든요... 제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매달릴때 그렇게 매몰차고 연애하고 싶지 않다던 사람이었는데... 나보다 못한 사람과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나고 속상하고 자괴감이 들어요...
- O양
O양 입장에서는 이렇게 솔직한 감정을 말하기가 힘들었을거다. 그럼에도 용기내서 본인의 노골적인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는건 O양이 어려운 일을 해낸거다. O양이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 나는 성실한 조언으로 보답을 하겠다.
O양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안될거다. O양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남자친구에게 매달렸는데 남자친구는 그것은 냉정하게 거부해놓고 O양보다 훨씬 더 이쁜 사람도 아니고 평소에 별로라고 말하던 스타일의 여자와 연애를 하다니...
O양 입장에서는 전남친에게 무시당한 기분도 들고, 전남친의 썸녀보다 자신이 훨씬 못한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연애라는게 원래 그런것이니 말이다.
"나를 마다하고 쟤를 선택하다니! 내가 쟤보다 못하다는거야!?"라는 자괴감에서 스스로를 고문하기 전에 그동안 O양의 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O양은 아이돌처럼 잘생기고,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지고, 개그맨처럼 웃긴 남자가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던가? 더 공감하기 쉬운 예를 들자면 O양은 썸을 탈때 "와! 씨! 쟤 정말 잘생겼다!", "대박 능력남!!!!", "뭐지? 얘 개그맨인가!? 왜이렇게 웃겨!?"라고 느끼며 상대에게 홀딱 반한적이 얼마나 있는가?
O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상담을 해오며 들은 여자들의 남자친구 첫인상은 대게 "처음엔 제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냥 동료(친구)였어요"였다. 여자만 그러는건 아니다 남자 또한 내 이상형을 찾는게 아니라 나쁘지 않으면 일단 좀 더 알아가보자, 만나보자는 식이다.
여자든 남자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때 외모나 스타일은 월드컵예선전 같은거다. 일단 통과하고 나면 피파랭킹이 몇위이든 예선전 골득실차이가 얼마였든 다 똑같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일 뿐인것처럼 외모가 너무 아니올시다가 아니면 그냥 전부 나쁘지 않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거다.
그리고 이후에는 타이밍, 성격의 궁합, 현실적 상황, 우연 등의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흐지부지해지기도 할뿐이다.
이것을 O양의 사례에 대입을 해보면 이런거다. O양과의 트러블로 헤어지고 나서 O양이 감정적으로 부담스럽게 하는 타이밍에 O양보다 훨씬더 예쁜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고,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일단은 그럭저럭 맞고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썸을 타는것일 뿐이다.
결코 썸녀와 O양을 비교하며 "아! 얘가 O양보다 100배 이쁘고 좋은 여자다!"라는 결론을 내려서 O양이 아닌 그녀를 택한게 아니다. 그러니 O양이 전남친의 썸녀를 보며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전혀 없는거다.
O양이 느껴야하는 감정은 O양보다 못한 사람에게 전남친을 뺐겼다는 자괴감이 아니라 "아... 우리가 함께 서로 사랑을 말했었지만... 그 끝이 이렇게 허무하구나..."쯤의 현자타임이면 충분하다.
내와 사랑을 나눴던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건 단순히 질투를 느끼는것 이상이다. 사랑이 달콤한 이유는 상대와 내가 서로에게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운명적 존재일지 모른다는 착각때문이다.
그런데 상대가 내가 아닌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한순간에 유일무이한 운명적 존재에서 무가치한 존재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고 자괴감에 빠지질 수 밖에 없다. 분명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감정이고 아물어가는 상처를 바보처럼 스스로 헤집어가며 한동안 괴로울 거다.
하지만 막연히 상대와 썸녀를 비난하거나 자괴감에 허우적 거리지 않고 이것이 로맨틱한 연애의 한계임을 곱씹어본다면 O양은 또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