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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16. 2019

나는 e-book 구매를 후회한다.

e-book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최근 YES24 북클럽을 통해 월정액 e-book 이용권을 결제했다. 이것도 미뤄온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매일같이 책을 좀 더 읽어야겠다는 의지만 다지다가 새 학기가 강제로 주입하는 의욕 버프를 받아 신청하게 됐다.






e-book을 읽을 수 있는 제도가 차고 넘치는 것을 알지만 직접 구매든지 월정액권 구매에 대해서 6개월은 더 고민했었는데 그 배경은 이러하다.


원래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e-book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당연히 책은 종이책이라는 생각을 가진 채 e-book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내가 처음 구체적으로 e-book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은 작년 겨울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중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항생제를 하루 종일 맞는데 잘 안 맞아서 밥도 못 넘기고 토해가면서도 복수전공과목의 졸업논문도 작성해야 하고 수업 과제도 해야만 했었다.


책이 필요한데 병문안을 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도서관에서 빌려 오라 해야 하나 병원 앞 서점에서 사 오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원래 지니고 있던 아이패드 프로를 이용해서 e-book을 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내 나름 획기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이때 봤던 책은 『내추럴-본 사이보그』였고 내용이 관심사여서 너무너무 흥미로웠던 것과 별개로 제목만 봐도 비전공생이 읽기 버거웠던 책이다. 그다음 구매는 『아내 가뭄 (가사 노동 불평등 보고서)』였으며 이건 그나마 좀 나았다지만 상대적이었을 뿐 이 책 역시 e-book으로 읽기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


이북리더기가 아닌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읽은 두 책 모두 읽는 내내 눈알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것은 너무 피로했던 기억으로 남아 e-book은 종이책보다 절대적으로 못하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화면 안에는 글자가 너무 빼곡하게 자리 잡았으며 크기를 키워봐도 글씨체를 바꿔봐도 답이 없었다. 그냥 읽기 싫게 생겼다! (이걸 아는 사람이 글은 더럽게 길게 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걸!)

이때도 이미 e-book을 너무나도 사랑하던 내 친구는 크레마 이북리더기를 이용해서 책을 읽었고 패드나 스마트폰에 비해 리더기가 눈이 덜 피로하고 아무데서나 읽기 편하다고 항상 말해왔다. 때문에 나는 나의 문제점이 아이패드를 이용한 것에 있다고 생각했고 e-book을 읽기 위해서는 이북리더기를 구매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e-book 구매 고민은 항상 리더기 고민과 함께 했고 그 어마어마한 지출에 먼저 두려움을 느껴 도전은 점점 미뤄졌다.


최근 월정액권을 통해 다시 e-book에 도전했다.

읽고 싶었던 무수히 많은 무거운 종이책들은 펼치지도 않은 채 쌓여만 갔고 들고 다니며 보기엔 이미 보부상처럼 모든 걸 다 들고 다니는 사람의 배낭은 너무 무거웠다. 스스로 점점 어휘력이 부족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고 내가 찾아 읽지도 않으면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 무수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만 커져갔다.


독서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삶의 많은 순간들을 외면하다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어

독서에 대한 욕망이 컵에 담긴 물처럼 찰랑일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월정액권을 고민한다는 말 한마디로 내 의욕에 의지를 한 방울 더 더했고

걷잡을 수 없게 흘러넘치는 의욕으로 적셔진 마음은 이미 결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돈이 없으니까 리더기 구매 없이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보겠다고 타협한 나는 YES24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적을 체험했는데 읽어보겠다고 다운로드한 책이 하필 니체에 관한 책이었다.


첫 단락을 읽어 내려가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작년의 악몽이 떠오르며 도무지 재미가 없다.


이때쯤 책의 종류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책의 종류를 바꿨더니

세상에 이렇게 쉽게 읽힐 수가 있을까?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금까지 『갈매기의 꿈 (완결판)』과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지하철을 오가며 읽었는데

쉽게 읽히는 글이라면 e-book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다시 새로 깨닫는 중이다.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해서 글에 내용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니 자투리 시간을 내어 다독하기에 너무 훌륭하다.

친구가 옆에서 백날천날 좋다고 찬양을 해도 겪어보지 않으면 와 닿지가 않는 사람은 항상 이렇게 한발 늦는다.


갈매기의 꿈 (완결판)』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완독 했으며(이때 e-book에 완벽하게 반해버렸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지금까지 꾸준히 읽는 중이다.

비교적 멀미가 나지 않는 지하철에서는 앉으나 서나 아이패드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책을 펼쳐볼 수 있었고 이 편리함에 반해서 현재 북클럽 서재에는 33권의 책이 담겨있다. 이 기세로라면 전부 다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심지어 아이패드로 읽다 보니 지루한 수업시간에 필기하면서 동시에 옆에 조그만 창을 띄워두고 책을 읽기도 너무 좋다!!!!! 기왕 딴짓할 거면 책이라도 읽는 게 좋지 않겠냐며 변명해본다.


패드의 또 다른 장점을 꼽으라면 화면이 넓다. 분명 예전엔 단점이었는데 읽어보니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화면이 답답하지 않다. 아이프로 패드 1세대를 쓰고 있는데 양손으로 들고 읽다 보면 마치 조금 무거운 신문을 읽는 듯한 자세가 되어서 스스로가 조금 멋지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월정액에서 제공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어려운 책은 종이책보다 잘 읽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순간이 이렇게 내 일상에 행복을 줄 줄 미리 알았다면 나는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겠지?


이제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친구의 추천을 눈감고 귀 막은 채 무시하던 내가 할 말이라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고 부끄럽지만

e-book을 활용하는 것에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 혹은 종이책이 여전히 더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쉬운 책 한권만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다.

그 책은 소설이 될 수도 있고 만화 혹은 에세이도 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책이 잘 읽힌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은 상상 그 이상이 될 테니까!


당장 이북리더기 구매를 먼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몰랐을 뿐 사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이북을 읽고 있었다. 눈의 피로감을 고민하는 것은 조금 더 읽어보고 겪어본 후에 결정할 일로 보인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정도는 기회비용으로 충분하다. 심지어 현재 YES24에서는 월정액권을 첫 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세상이 책을 좀 읽는 게 어떻겠냐고 소리치고 있는데 한 번쯤 도전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아 YES24에서 받은 돈은 전혀 없다. 돈을 내고 이용하면 했지.... 그저 지금껏 이용해본 것이 그것뿐이라 그렇다. 그 외에는 네이버에서 직접구매를 했기도 했고 다른 서점을 이용해도 된다!

그리고 학생이라면 학교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e-book 대여 시스템도 매우 훌륭하다.


나는 정말 후회한다. 왜 이걸 이제 시작했는지.

너무 뒷북일지라도 나보다 더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자신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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