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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12. 2019

내가 편하게 숨을 쉬면 쟤는 힘겹게 숨을 거둔다

편리함의 끝에 대하여


우리가 사는(Live) 방법이

누군가가 사는(Survive) 것을 방해하고 있다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

정답이 없는 세상에 더할

새로운 하나의 시각, 불편하게 사는 법




©에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요즘

우산을 쓰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맞자니

조금 불안한 그런 비를 맞으면서 걷다 보니

4월에 참여한 '2019 꽃봄버킷레이스'가 생각난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4월 14일

벚꽃이 한참 만개할 때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달리기를 기대하며

신청했던 마라톤


그러나 마라톤 당일 내리는 비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다.

이에 행사 측에서는 우천 시에도 대회를 진행하고

일회용 우비를 제공하겠다는 알림을 했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었다.


내가 참여한 7Km 러닝에는 약 2000명이 참여했다

우산을 들고 달릴 수는 없으니 개인이 챙겨 온 우비 혹은 주최 측이 준비한 우비를 입고

하나둘씩 차례대로 달려 나갔다.

마라톤 참가가 처음이었던 나는

이날 정말 많이 놀랐다.

우비를 입고 달리던 참가자들이

체온이 오르자 우비를 벗어서 버렸는데

도로 중간중간에 마련돼 있는 쓰레기통에

착실히 하나하나 넣고 달렸다는 점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고


저렇게 많은 우비들이 단 하루,

몇 시간의 행사로 쉽게 버려진다는 것

더욱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라톤을 전후에 행사 부스에서

다양한 회사의 상품들을 소개했는데

한 회사에서 소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인상 깊다.

의도치 않은 홍보가 될까 봐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반 생수를 비타민 주스로 바꿔줄 수 있는 상품이었고 해당 회사가 강조한 점은 일반 생수병에 꽂아서 쓰면 된다는 ‘편리함’이었다.


네이버에 해당 제품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꽃봄버킷레이스가 떴었을 정도로

이들의 홍보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제품이

우리의 편리함을 채워준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불필요하게 생산해내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내 깨닫고 말았다.


우리의 문명은 항상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플라스틱이 실용적이고 위생적이며 편리하며

심지어 값이 싸다는 점에 있어서

그런 모든 장점을 다 가진 채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을 말이다.


즉, 단지 이 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위생과 편리함을 위해 하나하나 비닐로 소포장되어있는 수많은 제품들을, 고쳐쓰기보다 새로 사서 쓰는 게 더 싼 천 원, 이천 원짜리 플라스틱 제품들을

너무나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 편리함의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안다면

우리는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를

과연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크리스 조던의 '아름다움 너머' 전시를 봤었다.

많은 유명작이 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였다.


태평양의 섬 '미드웨이'에서

알바트로스가 죽어나가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쉽게 버린 플라스틱 병뚜껑

그 작은 병뚜껑들이 모여서

알바트로스의 생명줄을 옥죄었을 뿐이다.


알바트로스는 슴새 목 알바트로스과의

몸길이가 1m가 넘고 날개 길이가 2~3m에 달하는 아주 거대한 새이다.

이렇게 큰 새들이 고작 병뚜껑 때문에 죽는다니.


그러나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병뚜껑은

바다 안에서, 바다 위에서 나를 먹으라

새들을 유혹하고

지금까지 알바트로스의 역사상

이처럼 화려하고 매혹적인 먹이가 없었기에

그저 자신의 새끼들에게 이 아름다운 먹이를 가져다 줄 뿐이다.


차라리 넘기지조차 못했으면 좋았을 것을

몸집이 큰만큼 부리가 큰 이 새끼 새들은

그저 받아먹을 수밖에 없다.


비행 시 몸이 무거우면 새들은 날 수 없다.

그래서 오줌을 생성하는 방식도 우리와 다르고

날아다니면서 똥을 싼다.


비행하다 떨어져 죽지 않을 만큼의 에너지를 주며

너무 무거워서 날갯짓이 힘겨워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먹고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것이

새의 평생 과업인 것을


아직 날아본 적도 없는

새끼 알바트로스는

자신의 첫 비행을 위해

자신의 뱃속의 모든 것을 게워낸다.


플라스틱 병뚜껑이 과연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죽은 알바트로스의 배 속은 소화되지 않은 플라스틱으로 가득했다.  . ©에코

게워낸다면, 날아오른다면

그저 그것이 기적이 되어버렸다.


진화적으로 유전자에 아로새겼을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

자식의 숨을 꺼트리는 방식으로 작용하게 된 데에

멸종에 대한 위협을 겪는데

그들의 잘못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싶다.


비단 알바트로스 뿐일까?

바다거북은 해파리와 비닐봉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저 먹고 죽을 뿐이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링에 발이 끼인 채 평생을 살아간다.


우리의 편리함의 끝에는

다른 존재의 죽음만이 있을 뿐


우리나라에도 알바트로스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해양생물 한 종이 있다.

바로 '슴새'이다.

슴새는 우리나라에 사계절 내내 사는

텃새는 아니지만

여름에 번식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특히 우리나라 전역이 아니라 독도 등의 섬에서만 볼 수 있으며 번식이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에 해당한다.


이 알바트로스를 닮은 새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실제로 이미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

번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인도에 들어간 사람으로 인해 생긴

집쥐의 둥지 침입,

자신의 명을 다하고 그대로 바다에 남은

플라스틱 그물 등이 있다.


바다에 널린 그물.


플라스틱 이용의 증가는 어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플라스틱 재질의 그물, 가두리, 스티로폼 등의

사용은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특히, 이러한 산업용 플라스틱의 경우

한번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고 재사용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또한, 수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바다에 쓰레기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개개인이 텀블러를 사용하고

빨대를 쓰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생계가 연관된 문제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물론 기술의 발달은 항상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고

나는 많은 과학자 및 공학자들이

 플라스틱 대체에 대한 해답을 내려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기술이 개발되기를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의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일이지 않을까?

현대의 소비 방향은 무엇을 향하는가?


현재 소비 방향은 분명 물질주의를 넘어서

가치에 대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까지의 소비가 산업화와 발전으로 인해

단순 생계를 위한, 혹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면

현대의 소비는 이 틀에서 벗어난 경향성을 보인다.


편리함을 넘어서 특정 가치를 소비하려는 현상은

SNS에서 두드러지게 찾아볼 수 있고

나는 ‘불편함’이 가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불편함은 단순히 심리적 혹은 육체적 불편함에 그쳐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와 의미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참여하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너무 많이 심어서

반감을 높이지도 않아야 하므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다.

나의 불편함이 불편함을 넘어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되는 환경적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빨대 및 일회용품 컵 사용 규제가 있다.

스타벅스를 선두로 빨대 사용을 지양하고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려 한 흐름은

국가적 규제와 함께 다양한 업종에서도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흐름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텀블러 사용과 스테인리스 빨대 휴대 등의 행동 변화를 보여줬다.


놀라운 변화는 단순 사회적 인식 개선뿐 아니라

법적 규제와 함께한다.

편리함을 위해 문제를 외면하던 사람들도,

생계와 관련 있어서 외면하던 사람들도

법적 규제를 강화하면

흐름을 따르게 되었고

변화를 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

인식은 더 빨리 변화한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례들을

일회용품 사용규제로 인한

비닐봉지 사용의 감소, 플라스틱 빨대 사용의 감소

등을 통해서 겪고 있지 않은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변화의 시작은 인식이고

인식의 끝에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 시작에는 누군가의 글이 있다.


내 작은 날갯짓이 비록 태풍은 만들지 못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시원한 바람 정도는 선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크리스조던의 전시가 부산에서

7/14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위치와 설명은 아래 링크 참고




참고문헌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901620.html

박상미, 허경옥, 2012.09, 『 소득계층에 따른 소비가치 소비행동 소비 만족도에 관한 연구』, 소비문화연구 제15권 제3호

http://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5808

슴새 :https://blog.naver.com/koempr/221369529038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5812

꽃봄버킷레이스 홈페이지:https://www.runandrun3.com:40035/main/Default.asp?ptrNo=7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 전시 안내: http://www.f1963.org/ko/?c=art&s=1&syear=2019&gp=1&gbn=viewok&ix=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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