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살림, 2019
그해 여름 카야와 테이트는 쓰러져가는 통나무집에서 읽기 수업을 했다. 팔월 중순쯤 <모래 군의 열두 달>을 독파했고, 카야는 책에 나오는 단어를 거의 다 익혔다. 저자인 알도 레오폴드한테서 범람원은 살아 있는 강의 팔다리나 마찬가지고, 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중략) 어떤 씨앗들은 바짝 마른 흙 속에서 잠을 자며 수십 년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물이 다시 집에 돌아오면 흙을 뚫고 힘차게 솟아올라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도 알았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자연의 경이와 실제 삶의 지식, 누구나 알아야 하는데, 버젓이 주위에 노출되어 있는데 씨앗처럼 은밀하게 숨어 있는 진실들.
p.142
학교에 갔던 날로부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 백열을 내뿜는 태양 아래 카야는 해변에 있는 오빠의 나무 요새에 올라가서 해골이 그려진 깃발이 휘날리는 배를 찾았다.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