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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un 12. 2024

클래식 카와 고물 차, 그 미묘한 차이


너무 멋있어서 계속 눈에 어른거리며 생각이 난다고 그러더니.


2년 전, 

울 남편. 이 푸르뎅뎅한 노인네를... 앞뒤 생각 없이 덜컥 사버렸다.


남편이 충동 구매한 De soto (1959 Firesweep)



"뭐? 뭘 샀다고?"


"Nineteen Fifty Nine... 파이어... 스윕... 드 소토. Cool~ Huh???"

남편은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주며 내 눈치를 살핀다.


1959년? 그 차가 굴러나 가?

"쿨이고 뭐고. 그 차를 어디에 보관하게? 미쳤어?"


미국으로 이사할 계획은 있었지만 이사할 집도 날짜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차를 사버린 남편. 

"쉿 쉿...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돈 워리... 마일리지도 2만밖에 안 되고. 인테리어, 외장 모두 오리지널이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관리된 차야. 너도 보면 드소토와 사랑에 빠질 거야."

"내가 미쳐. 미쳐. 그래, 잘했다. 잘했어. 코끼리를 안 사고 차를 사서 참 고맙다. 그나마 먹이 주고 똥 치울 일은 없을 테니까." 



차라면 교통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필요하니까 꼭 있어야 하는 집 안의 냉장고나 세탁기와 동급으로 여기는 나와는 다르게 남편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 특히 미국의 클래식 카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그동안 외국에 사느라 좋아하는 클래식 카를 즐기지 못했던 건 알지만. 그렇다고 충동 구매 할 것이 따로 있지. 여행 중에 차를 사면 어쩌자는 건지. 짐 가방에 넣어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을.


다행히 클래식 카를 관리. 보관해 주는 회사를 찾아 맡겨 두었다가 지난주 금요일 2년 만에 집으로 데려왔다. 과연 차가 굴러가기나 할까 싶은 데, 최상의 컨디션으로 굴러간다정비 업체의 말을 믿고.

혹시 몰라 차량용 소화기를 사서 차에 싣고, 창문을 모두 열고 털털 대는 차를 타고 집까지 10마일, 조심조심 운전해서 무사히 잘 도착했다.


맡겨둔 자식을 찾아온 듯, 뿌듯해하며. 남편은 수시로 차고 안을 들여다본다.

"노인네 잘 있어?"

"응. 아무리 봐도 잘 생겼어."

"진작 데려올걸 그랬나 봐."



다음날. 

토요일 이른 아침, 

길이 한산한 시간에 드 소토를 타고 마트에 갔다.


"쌩쌩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네는 다닐만하네. 다음 주 토요일에는 'Cars and Coffee' 데려가 볼까? ㅎㅎㅎ"


노인네가 너무 무리를 한 걸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데 속도가 서서히 줄더니 드소토는 길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어? 뭐야. 왜 이래?"

"몰라, 배터리가 나간 거 같아."

"설마."

그래. 그렇게 되었다.

아, 젠장. 


보닛과 트렁크 문을 열어 놓고 정비 업체가 오기를 차 안에서 기다리는 데 옆으로 차들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여러 무리의 사이클리스트들이 지나가며 드소토를 보고 '나이스, 뷰티풀'을 연발한다.

'나이스고 뷰티풀이면 뭐 하냐고, 길에서 이렇게 나자빠진 걸'





"차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문제는 휘발유가 없었어."

"???"

정비 업체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계기판의 눈금이 중간쯤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휘발유가 없었다니?


"계기판 하고 연료통 하고 연결이 안 되니까 계기판을 보면 안 되고 휘발유 주입양과 주행한 거리를 계속 체크해. 그럼 문제없을 거야."

"계기판이 고장 난 거니까 문제가 있긴 있는 거네."

"부품을 찾아서 고치려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차 안에 보면 전 주인이 쓰던 작은 공책이 있던데. 주행 거리 적어 둔..."

"아~~"



"사실, 나 드 소토 운전할 때 느낌이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 뭔가 쫌 그렇더라고."

"나는 10마일 밖에 안 탔는데 멀미 났어. 출렁출렁거리고 우회전이나 좌회전할 때 쏠림도 심하고."

"번쩍거리는 외관과 독특한 디자인에 눈이 즐겁고 옛날 생각도 나고 좋긴 하지만,  클래식카를 즐기려면 갖추어야 할 그 뭔가가 나에게 부족한 것 같아."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하는 클래식 카, 감성 충만해서 즐기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65세의 드 소토는 먹은 나이만큼이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편안하고 쉬운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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