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멋있어서 계속 눈에 어른거리며 생각이 난다고 그러더니.
2년 전,
울 남편. 이 푸르뎅뎅한 노인네를... 앞뒤 생각 없이 덜컥 사버렸다.
"뭐? 뭘 샀다고?"
"Nineteen Fifty Nine... 파이어... 스윕... 드 소토. Cool~ Huh???"
남편은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주며 내 눈치를 살핀다.
1959년? 그 차가 굴러나 가?
"쿨이고 뭐고. 그 차를 어디에 보관하게? 미쳤어?"
미국으로 이사할 계획은 있었지만 이사할 집도 날짜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차를 사버린 남편.
"쉿 쉿...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돈 워리... 마일리지도 2만밖에 안 되고. 인테리어, 외장 모두 오리지널이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관리된 차야. 너도 보면 드소토와 사랑에 빠질 거야."
"내가 미쳐. 미쳐. 그래, 잘했다. 잘했어. 코끼리를 안 사고 차를 사서 참 고맙다. 그나마 먹이 주고 똥 치울 일은 없을 테니까."
차라면 교통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필요하니까 꼭 있어야 하는 집 안의 냉장고나 세탁기와 동급으로 여기는 나와는 다르게 남편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 특히 미국의 클래식 카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그동안 외국에 사느라 좋아하는 클래식 카를 즐기지 못했던 건 알지만. 그렇다고 충동 구매 할 것이 따로 있지. 여행 중에 차를 사면 어쩌자는 건지. 짐 가방에 넣어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을.
다행히 클래식 카를 관리. 보관해 주는 회사를 찾아 맡겨 두었다가 지난주 금요일 2년 만에 집으로 데려왔다. 과연 이 차가 굴러가기나 할까 싶은 데,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굴러간다는 정비 업체의 말을 믿고.
혹시 몰라 차량용 소화기를 사서 차에 싣고, 창문을 모두 열고 털털 대는 차를 타고 집까지 10마일, 조심조심 운전해서 무사히 잘 도착했다.
맡겨둔 자식을 찾아온 듯, 뿌듯해하며. 남편은 수시로 차고 안을 들여다본다.
"노인네 잘 있어?"
"응. 아무리 봐도 잘 생겼어."
"진작 데려올걸 그랬나 봐."
다음날.
토요일 이른 아침,
길이 한산한 시간에 드 소토를 타고 마트에 갔다.
"쌩쌩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네는 다닐만하네. 다음 주 토요일에는 'Cars and Coffee' 쇼에 데려가 볼까? ㅎㅎㅎ"
노인네가 너무 무리를 한 걸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데 속도가 서서히 줄더니 드소토는 길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어? 뭐야. 왜 이래?"
"몰라, 배터리가 나간 거 같아."
"설마."
그래. 그렇게 되었다.
아, 젠장.
보닛과 트렁크 문을 열어 놓고 정비 업체가 오기를 차 안에서 기다리는 데 옆으로 차들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여러 무리의 사이클리스트들이 지나가며 드소토를 보고 '나이스, 뷰티풀'을 연발한다.
'나이스고 뷰티풀이면 뭐 하냐고, 길에서 이렇게 나자빠진 걸'
"차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문제는 휘발유가 없었어."
"???"
정비 업체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계기판의 눈금이 중간쯤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휘발유가 없었다니?
"계기판 하고 연료통 하고 연결이 안 되니까 계기판을 보면 안 되고 휘발유 주입양과 주행한 거리를 계속 체크해. 그럼 문제없을 거야."
"계기판이 고장 난 거니까 문제가 있긴 있는 거네."
"부품을 찾아서 고치려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차 안에 보면 전 주인이 쓰던 작은 공책이 있던데. 주행 거리 적어 둔..."
"아~~"
"사실, 나 드 소토 운전할 때 느낌이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 뭔가 쫌 그렇더라고."
"나는 10마일 밖에 안 탔는데 멀미 났어. 출렁출렁거리고 우회전이나 좌회전할 때 쏠림도 심하고."
"번쩍거리는 외관과 독특한 디자인에 눈이 즐겁고 옛날 생각도 나고 좋긴 하지만, 클래식카를 즐기려면 갖추어야 할 그 뭔가가 나에게 부족한 것 같아."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하는 클래식 카, 감성 충만해서 즐기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65세의 드 소토는 먹은 나이만큼이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편안하고 쉬운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