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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Sep 01. 2019

18. 아이들의 뇌

 좋은 육아란 좋은 부모가 육아 과정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지혜롭게 행할 때 이루어진다. 좋은 육아에서 자란 아이들은 행복하며 독립성 있고 자기 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이야기하는 육아의 목표는 자녀들 스스로 스스로의 목적지를 정해 나아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은 좀 더 크다. 나는 자녀가 내가 가보지 못한 곳까지 가보길 원한다. 딸을 보다 탁월한 사람으로 만들고자 나는 다양한 고민을 하고 책을 찾아보았다. 나는 흔히 행해지는 시험과 같은 평가에서 뛰어난 성적을 얻기보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뛰어난 아이로 양육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떻게 되고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이것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시작은 뇌를 배우는 재활의학과 의사답게 아이들의 뇌가 가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자녀의 양육을 위해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태어남과 발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 노력한다. 소아는 성인과 너무나 많은 것이 다르기에 성인의 잣대로 다가가선 이해할 수 없다. 부모는 자녀의 성장 과정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한다. 이유식을 만드는 법이나 대소변 교육은 부모의 인성과 크게 상관없다. 자녀의 발달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언제 이유식을 시작하고 대소변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 알 수 있다. 이런 기본적 사항에 대한 정보는 알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 


 뇌는 육체와 감정을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아이들의 뇌에 대해 알게 되면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언어 능력을 예로 들어 보자. 생후 5개월쯤 되면 아이는 본인의 이름을 듣고 반응한다. 또한 소리를 반복하며 옹알이를 하는 특징을 보인다. 12개월이 되면 한 두 단어 정도는 말을 하게 된다. 24개월 정도 되면 간단한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다. 36개월 경에는 긴 문장을 따라 할 수 있게 된다. 아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나겠지만 이 정도 하면 정상 언어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듣는 것이 먼저 선행되고 한참 늦게 말하는 능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왜 항상 아이들은 말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능력이 더 뛰어날까? 만 3세 경이면 3500 단어를 이해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아이는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뇌과학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언어를 이해하는 뇌의 부분과 언어를 발화하는 뇌의 부분의 발달 시기의 차이에 있다.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은 베르니케 영역이라고 불리 우는 곳으로 좌반구의 측두엽에 존재한다. 그리고 언어를 표현하는 영역은 브로카 영역으로 전두엽에 존재한다. 베르니케 영역은 2세 전후에 발달을 마치며 브로카 영역은 6세 무렵 기본 발달이 완료된다. 이런 시기적 뇌 발달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와 듣기 능력의 차이도 발생하게 된다. 듣는 능력이 말하는 능력보다 더 빠르게 발달하는 것이 현상이라면 아이의 측두엽이 먼저 발달하는 것이 ‘원인’이 되겠다. 아이의 뇌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배운다면 아이의 현상들에 대해 받아들이기가 쉽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에 대해서 계획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블록을 만들 때 특정 블록의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고 과정을 생각해서 쌓는 것이 아닌 그저 손이 가는 데로 쌓는 모습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요리를 하는 과정에 대해서 순서를 이야기하기 어렵고 완성과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계획하기’는 주로 전두엽에서 수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발달은 운동능력에 비해 훨씬 느리다. 만 3세는 되어야 조금씩 전두엽이 역할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청소년기까지 발달한다. 마찬가지로 욕구를 참는 것도 전두엽의 영역이 되겠다.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추론이나 추상적 개념에 대한 접근 같은 고등 인지는 전두엽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획하는 현상은 아이의 전두엽이 발달하며 뒤늦게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3세 이하의 어린아이의 놀이에서는 순서대로 어떤 작업을 하거나 어떤 결과를 생각하며 노는 행위는 어려울 수 있다. 기본 생존에 필요한 능력은 계획하고 사고하는 능력보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이동할 수 있는 운동 능력을 얻는 것이었을 것이다.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러한 전반적인 뇌과학적 지식이나 정상 발달에 대한 정보가 도움이 된다. 


뇌세포 수에 대한 연구


 기본적인 뇌세포 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출생 직후 시기에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연결(시냅스)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 과정을 시냅스 생성(synaptogenesis)이라고 한다. 특히 생후 1년 동안 전체 시냅스의 수가 10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초기 이 시냅스 생성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인지능력과 관련 깊은 전두엽은 수년 뒤에 발달하게 된다. 아이는 복잡한 능력을 발휘하기 전 기본적인 감각과 운동능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 


 이런 신경세포들의 연결에 또 다른 특징은 역 U자형 성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초기 신나게 양적 증가를 보이던 시냅스 수는 특정 시기가 되면 시냅스를 제거하는 가지치기가 발생하여 뉴런들 간의 연결의 수가 감소한다. 주로 그 시기를 3세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가지치기는 부분적으로는 이웃한 세포들로부터 이른바 ‘생존 요인’ 신호를 받지 못한 세포들이 세포사멸을 겪게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뇌세포가 아이러니하게 감소된다는 뜻이다. 이런 가지치기가 끝나는 시기는 뇌의 영역마다 다른데 인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은 청소년기까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해버릴 뇌세포면 왜 시냅스를 애초에 과다하게 생성했을까? 이런 시냅스의 과다 생산은 외부 세상에 대해 뇌가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제이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극이 없는 시냅스는 가지치기를 통해 솎아 내게 된다. 발달하는 동안 많은 자극을 받지 못하는 뉴런이나 연결은 쇠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지치기를 통해 뇌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전문화되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지치기를 적게 하면 뇌세포가 많아져서 좋은 것이 아니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어떤 연구에서 표준 IQ 검사 결과가 높은 아동들이 발달 차기에는 뇌의 피질의 두께가 더 두꺼웠으나 후기에는 더 얇은 것을 발견했다. 특히 전두엽에서 이런 경향이 더 두드려졌다고 한다. 피질의 두께가 부분적으로 시냅스 수에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수한 지능은 시냅스 증식으로부터 가지치기 과정으로의 변화가 잘 일어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시냅스 생성과 가지치기 투 트랙으로 잘 일어날 때 좋은 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가지치기는 적절한 자극이 발생하지 않으면 세포사멸을 통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했다. 가지치기는 또한 사멸되지는 않지만 세포들 간의 시냅스가 와해되고 축색이 수축하거나 퇴행하며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언어에 전혀 노출되지 못한 극단적인 사례에서 보면 언어체계의 발달은 비정상적으로 된다. 또한 완전한 사회적 박탈은 비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낳게 된다. 시각 체계에서도 정상적 양안 거리지각을 가지려면 발달 동안 양쪽 눈이 빛에 정상적으로 노출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자극 들은 대부분의 아동들에게 가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정상 발달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운동이나 음악은 어떨까?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거나 수영을 배운 아동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나은 시냅스들을 가질 수 있을까? 이미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풍요로운 환경이나 자극적인 환경이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신경세포당 시냅스의 수를 증가시키도록 뉴런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쥐의 연구에서 공간적으로 복잡한 생활 영역과 사회적 자극을 주어진 풍요로운 쥐와 혼자 사는 작고 투명한 플라스틱 쥐의 비교에서 풍요로운 환경은 발달 초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시냅스 연결에 영향을 미치고 그 변화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벗어났을 때에도 일정 기간 유지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사람에게 이런 연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연구는 가난한 환경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동을 비교하였다.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연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닌 가정에서 성장한 아동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닌 가정에서 성장한 아동들이 더 높은 인지 수행을 보였다. 


 육아의 과정은 아이의 뇌를 변화시키는 과정과 동일하다. 아이의 뇌 성장과 가지치기의 중요한 시기는 사실 학교보다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유아기에 부모는 아이에게 주는 자극을 대부분 통제할 수 있다. 어떤 것을 보게 하는지, 어떤 소리를 듣게 하는지, 어떤 촉각을 느끼게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사실 부모가 대부분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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