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인지, 운동, 감정, 사회성
다섯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이 사회성이다. 사회성은 타인과 협력하고 타인과 사회를 만들게 한다. 사회성이 없는 인간은 서로 협력할 수 없고 자신의 것을 지키거나 타인의 것을 빼앗기에만 힘쓸 것이다. 또한 결코 가정을 벗어나 사회를 이룰 수 없다.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직장과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협력할 수 있다. 협동을 통해 단체가 만들어내는 성취는 결코 개인이 넘어서기에는 너무 높다. 사회성은 인간 개인에서 회사, 공동체, 종교, 국가를 이루게 하는 힘이다. 사회성은 인간이 생물로서의 인간을 넘어 보다 위대한 것을 이룩하게 이끌었다.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은 언어적, 인지적 발달을 촉구한다.
사회성과 언어
인간 홀로 살아갈 때는 언어는 필요 없다. 원시 삶에서부터 인간이 타인과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소통이 필요했을 것이다. 동물은 같은 종의 동물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꼬리나 자세를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분명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존재하였을 것이다. 위협적인 몸짓, 우화적이고 포용적 몸짓, 표정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권과도 통용되는 소통 방식이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몸짓 언어는 보다 세밀해지고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나타났을 것이다. 인간이 타인과 함께 교류하고 살기 위해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언어가 만들어지고 발달하게 된다. 언어는 인간의 사회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소통은 사회적 활동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
실제로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언어적 소통에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과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을 빠르게 읽어 낸다. 그리고 그에 맞춰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연대를 형성한다. 이렇게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연대는 다른 연대와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형성된 집단은 개인이 이룩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 낸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타인과의 언어적 소통이 원활함을 뜻한다. 다양한 단어를 알면 자신의 모호한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정확한 표현으로 타인의 감정을 짚을 수 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잘 아는구나.'라고 생각하여 공감과 일정 부분의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마음을 얻는 것이다. 사용하는 단어가 어렵고 긴 문장을 통해 화려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도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다면 소통은 실패한다. 듣는 사람의 수준이나 관심사,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공감에 성공할 수 있다.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성공적 소통을 이룩하는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진 사람은 타인과의 정확한 소통을 통해 뛰어난 사회성을 가질 수 있다. 사회성과 언어는 함께 간다.
사회성과 인지 능력
인지 역시 사회성의 결과로 발달되었을 것이다.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인지능력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며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면 집을 지어 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하며 보다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며 타인의 마음과 패턴을 읽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무리 간의 다툼에도 인지는 필요하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역시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공동의 계획이 필요하기에 이러한 계획 수립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보다 나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타인과 함께 있으므로 타인은 나와의 비교 기준이 된다. 상대적 개념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약한지 강한지, 부유한 지 가난한지 등 여러 가지를 비교하며 인지 발전은 보다 가속화되었을 것이다.
사회성을 통해 집단을 형성한 사람들은 규칙을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그들 내부의 법규를 만들고 규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제제할 방법에 대해서 강구한다. 누군가가 다치거나 아플 때 경험에 근거하여 의료 지식 역시 무리 내에서 공유되고 발전된다. 단체의 통합을 위해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가 구별되고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다. 함께 살아갈 때에는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직면하여 사람들은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은 해결 방법을 이야기하고 무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현재에도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들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통해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성과 다른 능력들
운동 능력은 사회성과는 독립적인 능력으로 동물 자체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타인과의 접촉은 분란을 만들어 내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개체가 무력 싸움에서 승리한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개체는 사회 집단 내에서 보다 약한 개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되므로 사회적 지위를 위해 보다 나은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감정은 공감을 이뤄 연대를 형성하게 한다. 이별, 사랑, 결핍, 충족의 상태에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공감함을 통해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사이코패스나 자폐 같은 경우에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공감하기 시작하며 사회성은 발생한다. 감정은 인지 능력과는 다르게 홀로 있을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또한 홀로 살아갈 때에는 감정을 조절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 화나면 소리치고 주위의 것들을 부수어도 되며 슬프거나 배고플 때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껴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집단을 이루게 되며 인간은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함을 깨닫는다. 타인들에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보다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도록 유도된다. 감정을 언어적으로 특히 시와 같은 형태로 승화시켜 표현하는 사람은 높게 평가된다. 감정을 지나치게 표현하지 않는 사람 역시 냉혈한이나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낮게 평가된다. 사회를 이룩하며 인간은 스스로의 감정을 사회의 요구에 맞춰 표현하도록 강요된다. 그리고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함으로써 이차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추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인간이 사회를 이루지 못하고 홀로 살아갈 때 운동, 감정, 언어, 인지 능력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정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사회적 인간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이러한 다른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성이 생기며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뛰어난 사회성을 얻기 위해선 운동, 감정, 언어, 인지 능력들이 고르게 필요하며 각 능력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회성의 발달은 그렇다면 어떻게 이루어 질까?
사회성의 단계
누군가와 함께 하고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3세 미만의 어린 시기에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또래 친구와 놀고자 하는 욕구도 약하여 사회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운동 능력을 발달시키고 기본적인 인지 능력을 획득하는데 노력한다. 자아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아이는 성장하며 스스로를 부모로부터 분리하고 세상과 자신이 분리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세상과 구별하기 시작하며 타인의 존재를 깨닫는다. 타인과 세상은 미지의 존재다. 그리고 인간은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나며 탐색 행위를 하게 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가 생겨나고 타인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에서 사회성은 시작된다.
사회성의 발달 단계에 대해선 다른 사람의 연구를 인용하고자 한다. '최고의 교육’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혼자서, 나란히, 주고받기, 함께 만들기의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놀이의 과정에서 우리는 관찰할 수 있다.
1단계 혼자서 단계에서는 또래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거의 없다. 혼자서 블록을 쌓거나 모래 놀이를 할 수 있지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불가능하며 관심 조차 없다.
2단계 나란히 단계에서는 아이들은 또래 아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친구와 같이 놀리면 옆에서 서로 혼자 놀게 된다. 블록을 따로 쌓고 모래성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3단계 주고받기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통제력을 갖추게 되고 몇 가지 규칙에 대해서 이해할 정도의 뇌 발달이 이루어지며 타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아이들이 협력하여 모래성을 쌓고 간단한 몇 가지의 게임을 하게 만들며 블록으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
4단계 함께 만들기에서는 서로가 공동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고 수행해 나가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신뢰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원활하게 조별과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계의 사회성이 필요하다. 4단계의 사회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함께 모여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반의 친구들과 커다란 그림을 그리거나 학술제를 하며 전시회를 여는 것들이 4단계의 사회성을 이룩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회성 발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사회성의 단계들을 잘 관찰해 보라. 혼자서 에서 나란히로, 나란히에서 주고받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큰 것들이 아니다. 혼자서 에서 나란히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좋은 애착과 자녀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의 양육이 필요하다. 또한 나란히에서 주고받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며 혼자 노는 것보다 함께 노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래에 관심을 가지는 2단계부터는 자주 또래와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좋다. 지속적으로 친구와 만나서 그 친구가 눈에 익게 되면 내성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라도 곧잘 놀게 된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처음부터 높이 있는 아이라도 자주 보고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 자연스레 경계심은 옅어지며 호기심이 강해진다. 사회성의 단계가 나아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아이들은 그러한 놀이 과정을 통해 협동하며 서로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사회성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와 놀면서 사회성을 길러 주기보다는 책을 더 읽히고 학원을 가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에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실제로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과 놀고 소통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개별 과목에 대한 수업을 듣고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놀고 있다. 놀이터에서 놀리려 해도 초등학생만 되어도 학원을 다니느라 너무 바쁘고 놀이터엔 아무도 없다.
사회성은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행동이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호감이 필요하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먼저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게 도우며 마음의 문을 여는 문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뛰어난 지성을 보유했더라도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다면 사회성은 발휘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가정 안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라며 사랑을 나누고 보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부모와 좋은 관계를 이루며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성을 발달시킬 때에도 유리하다. 사회성 그 아래에 부모와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