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오 Jan 21. 2021

실패한 유학

2016년 유학길에 올랐다. 무모하고 과감한 선택이었다. 


어학을 현지에서 시작하다시피 했기에 대학 입학에 필요한 어학자격을 취득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7월 25일에 입국했고 이듬해 7월에 C1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사실 어학은 빠르게 끝낸 편이었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원래대로라면 졸업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코로나 판데믹 악재까지 겹쳐 나의 졸업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학교 공부를 시작한 후  종종 내가 대학시절 만났던 교수님들을 생각했다. 내가 유학을 결정한 독일에서 유학한 교수님들을. 그분들은 어떻게 마침내 '성공'한 것일까. 

모두가 유학에 성공한 것은 아닐 텐데 중도 포기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포기하기까지 어떤 심정이었을까. 왜 그들의 삶은 알려져 있지 않을까.


아니, 좀 더 솔직하게는 이렇게 생각했다.

왜 그들은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하기가 더 쉬운 일이라고.




무턱대고 나를 믿었고 근거 없이 낙관했다

언젠가 내가 20대 중반이던 시절, 30대로 들어선 한 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가 백사장의 모래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라고.

그때만 해도 나는 뭐 저런 시시한 말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건 생의 주기나 발달과정과 같은 문제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며 근거 없던 자신감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미래에 대해 낙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나는 아직 아스라이 줄을 타고 있다.


종종 노력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나는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정말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어쩌면 노력이란 절대적으로 결과에 의존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결과가 성공이라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결과가 실패라면 노력이라는 단어는 궁색한 변명이 되어버린다. 결과가 성공이라면 그 노력이  컸든 작았든, 노력했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노력했다는 사실은 나의 자긍심을 높여줄 텐데, 노력했는지 판단하는 것조차 결과에 달려있다면 잔인한 생각일지 모른다. 


나의 유학은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한편 아직 포기하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내가 겪어온 작은 실패들에  대해서 쓸 수 있을 것 같다.

임파워링과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성공의 이야기가 아닌,

부끄럽고 껄끄럽고, 불편한 실패의 이야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남들과 다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