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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라이프 Oct 12. 2020

제발 좋아요와 구독 좀 눌러주세요!!

feat.테크심리학

페이스북에 최근 근항을 쓰고, 인스타에 멋진 사진을 올린다. 네이버 블로그에 여러 정보나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 또 유투브에 자신의 브이로그나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동영상으로 담아내어 업로드한다. 그런 다음 꼭 확인 하는 과정이 있다. 얼마나 내 콘텐츠를 봤지? 몇명이나 공감했지? 이렇게 공들였는데 좋아요 수가 고작...??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좋아요 숫자는 아주 자극적인 시각효과를 제공한다. 지인은 별 내용 쓰지 않는데도 좋아요가 어마 어마 하다. 엄청난 인맥이 부러워 나도 하트갯수 늘릴 방도를 고민 또 고민한다. 이쯤되면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간다. 젠장, 나는 보잘것 없이 초라하구나,,, 사람들이 나에겐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인가...외롭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나도 노력해서 인기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외로움과 고독은 저절로 없어질꺼야!! 남들이 더욱 흥미를 가질 만한 재료가 무엇이 있을까? 이 정도면 충분히 자극이 되겠지? 연구를 거듭하며 신박한 내용을 담아 업로딩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한마디 한다. 좋아요와 구독은 사랑입니다!!! 공감 눌러주시면 답방 갑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거쳐온 나로서는 문득 인터넷과 핸드폰 이전 시대를 회상해 본다. 물론 그때도 TV 같은 강력한 훼방꾼이 있었지만 확실히 혼자 생각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게 당연했고 외로워도 그럭저럭 잘 지냈고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외로워서는 안된다. 여러 SNS에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외롭다니!!

'고독 산업'은 우리의 신경망을 교묘하게 자극해서 초연결 세상으로 끌어 들인다.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졌는데 이상하게 더 외롭다. 외로움이란 감정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애석하지만 아무리 많은 팔로워가 있어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책 『테크심리학』 에서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친분 관계에 있어 실제로 가진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고독이라는 감정은 결코 떨쳐 버릴 수 없다. 디지털 고독산업은 사람들을 '친교의 극대화'에 빠져들게 할 방법을 계속 연구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지인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경제가 출현한 이래 이른바 고독 산업이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계속 높이고 쾌락에 대한 면역을 가속화하는 바람에 이는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p168)


책 『테크심리학』 은 단순하게 인간 심리의 단면만 비추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 200년간의 역사에 담긴 인간의 심리 변화를 세심하게 들여다 본다.감정은 개인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와 관습의 산물이기도 하다. 


고독에 대한 걱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감정에 대한 사회적 경험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p122>


책에 소개된 바와 같이 타인의 힘에 의해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던 노예시대나 고독은 신이 주신 창조질서라 여겼던 19세기 이전 시대는 물론이고, 나의 어릴적 시절만 해도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이었고, 그럭저럭 잘 견디며 삶을 영위 할 수 있었고, 문화적 관심도 현재보다 훨씬 덜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 제품덕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신제품들에게 점점 중독되어 갔고 고독이나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잊어버렸다. 19세기 미국인들은 외톨이의 심경을 이해했지만, 20세기 미국인들의 눈에 외톨이는 사교성과 활기찬 우정을 공공연히 드러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결국 외로운 사람은 사회에서 한 걸음 밀려난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p153)


리스먼이 말한 "고독한 군중"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기가 살기도 죽기도 하듯, 우리가 인터뷰했던 많은 미국인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아내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바쳤다. (p179)


외로움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앞선 세대와 달리, 오늘날 사람들은 그것은 치료가 가능하며, 핸드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충분히 달랠 수 있는 상태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약속해준 행복과 따뜻함, 사교성 등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를 탓하기에 이르렀다. (p199)

물론 디지털 시대의 장점 역시 많다.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초월해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오랜기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가끔씩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모임으로 확장 되기도 하는데, 실제 처음 보지만 한결 편하고 금새 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좋아요나 구독자수는 나의 외로움을 해결해 줄 수 없다. SNS로 과거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많은 사람을 알게 되어도 인간 본성의 감정인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미한 숫자에 집착하면 할수록 고독산업의 선봉장에 서 있는 기업들 배만 불려주다가 정작 나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균형' 잡힌 삶을 생각해본다

매일 1~2시간 정도 핸드폰을 꺼두는 연습을 한다. 사실 큰일날 것 없는데도 처음에는 왠지 불안하다. 마치 핸드폰이 없으면 세상 외로워질것 처럼...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 또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관심있는 여러 오프모임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겠다. 낯선곳에서의 어색함, 서로간의 대화와 웃음, 배려와 공감, 따뜻함의 에너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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