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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라이프 Sep 07. 2020

뇌의 재잘거림을 멈추는 방법

feat.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같이 다니는 시끄러운 놈이 있다. 보통 때는 나에게 해야할 일도 알려주고, 어떤 일이 위험하다고 경고 하기도 하고, 세부적으로 상황을 분석도 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치지도 않고 하루종일 계속 떠드는 바람에 조용히 쉬고 싶은데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끔 막장 드라마급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서 나를 흥분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팀장 면상에 사표를 휘날리는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하고, 예전에 나를 불쾌하게 했던 상대방과 별안간 살벌하게 싸우기도 한다. 내일 예정인 프리젠테이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 주범은 바로 "뇌" 이다. 그것도 좌측에 있는 뇌는 이렇게 떠들며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을 평생 즐긴다. 쉴새없이 재잘 거리며 시나리오를 써대는 바람에 완전히 지쳐 어느날은 나도 모르게 소리친 적이 있다. "제발, 멈춰!!!"


그런데... 진짜 뇌가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부분의 뇌과학 이론은 여러 실험을 통한 연구가 바탕이 되는데, 이 책은 저자가 뇌졸중을 겪은 당일부터 회복하는 8년 동안 자신의 뇌에 일어나는 일들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한마디로 '뇌' 전문가가 실제로 좌뇌를 크게 다치는 심각한 뇌졸중을 경험한 것이다.


"내가 뭘 하고 있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도움을 청하자.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한순간 또렷하게 생각했다가 다음 순간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과정이 반복되었다.나로 하여금 여러 생각들의 순서와 논리를 세우게 했던 시계가 이제 멈췄으므로 시간이 정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36)


내 눈은 더 이상 사물을 구별하여 지각하지 못했다. 에너지가 서로 뒤섞여 분간이 되지 않았다. 말하지도 말을 알아듣지도 글자를 쓰지도 못했다. 걷는 것은 물론 몸을 구부리는 것도 불가능 했는데, 흥미롭게도 나는 내가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좌뇌의 지성 활동이 멈추자 내 자신이 기적적인 생명이라는 내적 자각이 마음속에 가득 차 올랐다. (p61)




30대 후반에 심각한 뇌졸중으로 큰 수술까지 한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놀라운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깨닫는다.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던 것이다. (p61)


무엇보다 중요한 건 뇌졸증 경험으로 축복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누구든 언제라도 깊은 마음의 평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07)


어떤 고통스런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 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 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149)


현재 순간에 머물려면 마음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서서히 늦추어야 한다. 우선 급한 마음부터 버리자. 왼쪽 뇌는 서두르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분석할지 모르지만, 오른 쪽 뇌는 대단히 차분하다. (p165)



저자가 소개한 왼쪽뇌의 수다를 멈추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다.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

 - 내 몸을 타고 흐르는 호흡에 집중하기

 - 음식들이 서로 어떻게 맛을 내는지 혀의 감촉을 느끼며 관찰하기

 - 가까운 주변부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 음악을 분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들으며 소리에 감정과 몸을 다 맡겨보기

 - 샤워기에서 피부로 떨어지는 물방을의 촉감을 느껴보기




사실 왼쪽 뇌는 생존에 핵심 역할을 한다. 좌뇌는 외부 세계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언어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뇌의 재잘거림을 통해 내가 삶에 뒤쳐지지 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나는 무엇무엇이다' 라고 말함으로써 정체성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빛나는 삶을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세상의 모든 걱정거리와 함께 불안감이 만연한 나날들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순수한 우뇌를 이용하여 지금 이순간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주 돌보지 않는다면, 고집스럽고 오만하고 비꼬기 좋아하고 질투심 많은 좌뇌의 재잘거림에 삶을 점령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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