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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라이프 Apr 19. 2022

흔들리지 않는 위험한 믿음에 대해서

(feat.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확고한 믿음과 신념이 한낱 허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과연 지금까지의 믿음을 허물고 새로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쿨할리가 있나!!

아마도 '그럴리가 없어' 라는 계속적인 되뇌임과 함께 믿음에 위배되는 수많은 증거들을 애써 무시하며 가던 길을 간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며 앞뒤 보지 않고 외길을 향해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갈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듯 하지만 어느새 무의식속에 깊이 박혀버린 믿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 뇌의 주름에 주홍글씨가 새겨져 버리면 우리는 그에 맞는 증거들만 보고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들 하고만 이야기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항상 내가 가진, 혹은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어떤 개념, 신념, 믿음에 대해 의심해 보고 여러 가지 사실을 검토해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효율성을 아주 중요시 하는 우리의 뇌는 그처럼 피곤한 행동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삶의 여정속에서 나도 모르게 주입된 것들에 그저 속박되어 비판없이 순종하며 살아가야 할까?

 


제목부터가 직관에 어긋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바로 어제 내가 먹은 고등어는 물고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의문을 품고 글을 읽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어류학자에 대한 삶부터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슬금 슬금 틀어 독자를 매혹적인 혼돈 속으로 몰아간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야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슬쩍 흘린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회의로 닦인다는 것.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p250~251)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든다는 사실을, 매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p264)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p268)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기분이 묘하고 으슬으슬한 기운이 맴돈다.

저자의 이야기 전개에 푹 빠졌다가 어느새 내가 가진 많은 믿음과 척도의 형상을 보게 된다.


과연 내게 혼돈속의 질서를 선물하는 물고기를 의심하고, 상황에 따라서 냉정하고 과감하게 놓아 버릴 수 있을까? 정말 '그것' 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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