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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수현 May 23. 2023

쇼비즈니스의 사랑고백

아이돌을 꿈꾸는 것은 좋지만, 아이돌을 꿈처럼 생각하지는 말길 바라.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룬다. 주인공 '호시노 아이'는 예쁘장한 생김새 덕에 어린 나이에 아이돌 회사에 스카우트된다. '아이' 본인은 처음엔 망설였다. 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을뿐더러, 보육원 출신인 자신이 남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이돌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엉겁결에 시작하게 된 아이돌 활동을 어느새 즐기게 되었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팬들을 위하는 톱아이돌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아이'는 비밀스레 만나던 연인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이며,  『최애의 아이』 는 이 톱아이돌이 낳은 쌍둥이 자녀들의 성장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쌍둥이에게는 터무니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아이'를 사랑하던 팬의 환생이란 것이다.


  소문만 들었을 때는 그런 설정이 어떻게 이야기가 될 수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시청한 뒤 나는 스스로를 탓하게 되었다.  이유는 내가 그런 '설정'을 의심했다기보다, '아이돌' 혹은 '쇼비즈니스 업계'의 가치를 업신여겼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돌이나 배우, 소위 말하는 '엔터테이너'들에게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을 것이라는 멸시가 내 무의식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대체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그것은 어쩌면 '연예계'를 정말이지 꿈과 같은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꿈은 곧 거짓말이요,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꺼이 속으려는 거짓말이다. 나만의 '꿈'을 꾸는 것은 참으로 환상적이며 고무적인 일이지만, 남들도 그런 '꿈' 하나씩은 꾼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꿈'이란 것은 곧 기망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중문화가 번창하고 업계도 거기에 발맞추어 여러 인재들을 배출해 내는 과정이 어느새 환상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지리멸렬한 반복순환으로 나에게 비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기에 나만의 꿈이라는 것은 값진 것이다. 하지만 『최애의 아이』에서는 환생이라는 설정 때문에 그것이 독특하게 조명되는지도 모르겠다. 전생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설정은 과연 작위적인 감이 있으나, 작품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의 주제는 영겁회귀가 아니라 꿈이라는 거짓말을 다루는 프로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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