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은 표절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은밀한 곳에서 문을 닫고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마태복음 6장 6절 말씀이다.
얼마 전 표절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쓰면서 든 생각은, 아무래도 인간이 쓴 글에 섣불리 '표절'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상호텍스트성에 관한 이야기까지도 갈 것 없이, 글이라는 것의 성질과 '표절'이라는 것의 성질은 다른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선에 있다고 해야 할까. '글'이란 것은 창작의 세계에 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이미 쓰인 글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표절'은 다른 세계에 있다. 표절은 너의 것과 나의 것이 명백하게 나뉜 세계에 있고, 차라리 그 세계의 '명백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예수라는 존재가 가르쳐 준 '주기도문'이란 것이 있다. 주기도문이란 무엇인가. 예수는 '정 기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하여라'라며 주기도문을 가르쳐주었다. 미국의 성인향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들은 '이야기'가 '믿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열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환상이 거의 바닥났을 때 등장인물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릭'은 손자 '모티'에게 이렇게 다그친다. "모티, 무릎 꿇고 나를 따라하렴" 그리고 릭은 주기도문을 외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창하라"라 아닌 "따라하라"라고 한 점이다. 반복이 아니라 복제 혹은 표절을 하라는 것이다.
감히 인간이 신의 언어로 신앙을 고백하다니. 이것이 표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처한 죗값을 다른 이의 언어, 그것도 하물며 신의 언어로써 구제해야 한다니.
이렇게 놓고 보면 니체가 말한 '신 죽이기'는 신의 권능을 찬탈했다기보다는, 그의 '언어'를 뺴앗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신의 능력을 여지없이 강탈한 것이다. 은밀하고 숨기듯이 하는 것이 표절이라면, 문 닫고 조용히 읊는 신의 언어야 말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