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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o Apr 17. 2023

기억 속 향기


2019 이탈리아 (Contax T2)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그날의 향기는 기억한다. 습한 날씨 때문인지 커피 향이 천장을 가득 채운 겨울이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예스러운 흔적이 가득한 그곳을 너는 좋아했다. 너의 옆모습을 볼 수 있는 맞은편에 앉아 잠시 망설이다 사진을 찍었다. 너의 옆모습을 가장 좋아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모든 사진이 너의 옆모습이라는 건 한참이 지난 후에 알았다. 앞모습이 없다는 핑계로 어디로 떠날지 설레었다. 

이제는 프레임 안에 없는 너를 카메라에 담아 사진을 찍는다. 익숙하지 않던 시간은 여행으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비유의 글보다 사진 한 장에 여행의 모든 게 묻어났다. 길게 발끝을 따라오는 그림자가 좋았다. 정해진 시간 없이 한 곳에 머무르는 게 편했다. 하루를 온전히 걸어도 마음을 담을 수 없는 사진들만 가득했다. 차곡차곡 쌓인 사진들을 확인한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카메라의 모든 시선은 맞은편에 있던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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