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하기엔 높은 기온. 20도. 더웠다. 요즘의 지구에게 이상 기온을 묻기엔 너무나 미안한 현실이니 그러려니 하고 커피를 산다. 애플와치로 미세먼지를 보니 수치가 숨을 쉬면 안 될 거 같다. 담배도 피우는데 이 정도는 우습다 생각하다 담배를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미세먼지가 어떻든 봄으로 다가가는 따스한 온도는 기분을 좋게 한다. 아이스커피의 상쾌함은 변함이 없어 라며 이번 여름엔 어디로 피신을 가야 소문이 날까 라며 커피를 한 모금 쭉 들이켠다. 세상에 매일 마셔도 싫증 안 나는 음식은 커피와 콜라뿐이라고 다시 한번 발명가들에게 '땡큐'를 전한다.
저 멀리 하굣길의 초등학생들이 좀비 마냥 뛰어나온다. 그들에게 걷는 건 사치이다. 결혼을 안 하고 신생아가 줄어들어도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보다 보면 나라도 출산율을 올려야 할 거 같다. 물론 그들이 뛰어가는 곳은 집보다는 학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부모의 차에 실려가며 손을 흔든다. 하긴 나도 저렇게 끌려갔었지. 만약 학원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마지막은 항상 같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커피 하나 사들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프리랜서가 만나는 풍경들이다. 프리랜서. 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남들이 보면 ‘부러운 랜서’ 하지만 프리랜서 본인에겐 ‘푸어랜서’
스스로가 프리랜서라고 받아들이는 건 아직도 힘든 순간이 더 많다. 일과 생활의 모호한 경계와 그걸 연결시키고 있는 돈이라는 경제적 굴레는 5년이 넘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닐 때도 극복은 없었다.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월급에 어깨를 조금 펴고 살았을 뿐. 선택은 내가 했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족할 때도 가끔은 넘칠 때도 있었으니 나름 선방했다고 점수를 주고는 있다. 깨달은 건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일이 일정하지 않기에 내외부적 요인들에 끌려다니지 말고 덤덤히 받아들인다. 정해진 루틴과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그 안에서 스스로 컨트롤 가능한 부분을 하나둘씩 찾아 실행하고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스스로를 만든다. 어제와 같다고 지겨워 말고 다르다고 신나 하지도 않는다.
이게 내가 스스로에게 반복하는 지도의 방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게 오후에 커피 한잔 들고 담배 피우는 프리랜서다.
오늘도 시작했을 때 정했던 목표는 채웠으니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된다 허락해 본다. 그리고 집 현관을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운다.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자.
그러기 위해 첫 번째로 시작하는 문장은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