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악어 여경 Jul 29. 2022

자꾸 최종면접에서 떨어져요.. 그만 포기할까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무조건 성공할까?



최종 합격자 발표 다음날이었다.


카톡.


[언니.... 바빠요?]


면접 스터디원 하나가 내게 톡을 보내왔다.


[있잖아요... 혹시 면접 답변 뭐라고 했는지 공유해줄 수 있어요?]


드르르륵. 답을 미처 보내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울먹이고 있었다. 대체 뭐 때문에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잠시 후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미쳐버리겠다고...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자꾸 최종에서 미끄러져요. 나.... 포기해야 될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그때 내게 연락 와 눈물 콧물을 쏟았던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근 관절이 삐걱거려 한창 운동에 빠져있음>








<사표내고도망친스물아홉공무원, 그 후 5년>

브런치 북에서 면접스터디의 중요성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면접스터디, 다 함께 천국으로 가느냐

지옥불로 가느냐>였다.

(스터디원들에 대한 정보노출 우려로 지금은

 이 글로 대체하였다. 내가 쓰는 글로 누군가가

작은 피해라도 보는 건 원치 않는다.)




그 당시 나도 생전 처음으로, 커뮤니티에 올린 모집 글을 보고 면접 스터디에 참여해봤다.  


으쌰 으쌰 서로 피드백도 해주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슬프게도 당시 함께 했던 다른 분들은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었다.


보통 스터디 인연은 여기서 많이 끊긴다.


함께 잘 되면 '역시 우리 스터디는

최고야! 출근하고 또 만나!' 이러면서


입사 후 동기로 만나 "우리 같은 스터디 했었어!"하고 잘 지내지만


구성원 대다수가 불합격인 경우,


괜히 스터디의 방향이 잘못되었나 싶고


모두가 침울해져 자연스럽게 단톡방은 잊힌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합격 창이 뜨고 나서 그렇게 하하호호 대화가 끊이지 않던 스터디 단체 창이 너무 조용했다.


한두 시간쯤 흘렀을까? 스터디 리더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카톡.


[악어 여경님... 혹시 붙었나요?]


카톡 카톡.


[저는 떨어졌습니다 하하]




나에게도 리더가 떨어진 건 충격이었다.


리더는 붙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결코 그분들이 능력이 없는 분들이 아니었다.


이십 대 중반에 어찌 그리 열심히 살았나


스펙이 빵빵했고


각종 인턴은 기본이요(난 인턴경험이 없어서

인턴이 대단해 보인다)


다른 공기업들에서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진 분들이 세 명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내가 붙을 수 있었던 건, 너무나도 명백하게 그분들 덕분이 컸다.





스터디를 구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최종 면접 경험자들이 몰린 스터디는 보통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구하는 경우가 많다.


초보에게 일일이 면접 방식을 설명해주느라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낭비할 위험이 적고,


기본적으로 면접 경험을 해본 사람들과 안 해 본 사람들 간엔 교환할 수 있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냥 '한번 참여해보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보는' 사람들을 거르는 것 같기도 했다.





나에겐 '관련 최종 면접 경험'이 없었다.


물론 리더에게 주저리주저리, 전혀 성격이 다른 공무원 면접 경험을 어필하며 끼워주길 요청했는데


리더가 쿨한 건지 마지막 자리가 안 채워진 건지


어쨌든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마 리더도 알았을 것이다.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는 첫 스터디 때는 그분들의 대화에 끼기가 어려웠다.


특히 PT발표나 토론 면접 등을 경험해 본 이들 앞에서는,


기본 용어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나이도 제일……. 많았다.


이십 대 중반인 리더를 중심으로 다른 분들은 나이대도 비슷했기에


나는, 그들이 나와 거리감을 느낄까 봐 일부러 반드시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경험과 정보 앞에서


세상에 얼마나 일찍 태어나 '밥을 많이 먹었는지'는 내세울 게 못 된다.




다행히 이전에 회사 생활을 해본 경험 덕분인지


눈치껏 샤샤샥 행동하고


부족한 경험 대신 '최신 자료'를 많이 찾아가며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애썼다.   


덕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기업들의 면접장의 분위기와 진행 순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덕분에, 실제 면접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배웠다.


가령 면접 때 편안한 구두나 정장 고르는 법이라든지(앉게 되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 부분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날씬해 보이려고 한 치수 작은 옷을 입으면 더 긴장되고 힘들어질 수 있다),


의자의 형태(바퀴 달렸는지 아닌지 앉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에티켓인지),


발언 내용만큼 중요한 비언어적 부분 등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있는 동영상을 반드시 확인해보는 게 좋다. 내 표정과 태도가 어떤지 전체 모습을 미리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의 나쁜 습관을 알 수 있다. 혼자 연습하는 영상만 찍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글 초반에서 슬퍼하며 내게 면접 답변 공유를 부탁한 친구 덕분에


나는 조용했던 스터디 단체 창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염치없지만 저 혼자 붙었습니다. 저도 점수표를 본 게 아니라 명확한 이유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날 면접 복기를 하여 저희 조 답변들을 나누려고 해요. 혹시 원하시는 분들 있으면 가능한 시간 알려주세요. 줌 화상회의 열게요.]






원하던 일이 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톡을 올렸는데


모두들 고맙다며 참여하겠다고 했다.


나는 평소 기억력이 안 좋아서 습관적으로 모든 걸 기록하곤 하기에, 면접날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모두 복기해놓은 글이 있었다.


면접 후 최종 발표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음에도


다행히 그때 기록을 보며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1차 2차 3차..


그렇게 피 말리는 기다림 속에서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분들이었기에, 너무나도 큰 확률로 합격이 거의 확정된 분들이었기에,


마지막 고비에서 좌절을 한 사실에 너무 힘들어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섣부른 위로의 말은 서로 건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게 끝이 아닌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역시 인생은 소설이나 영화는 아니었다.


내게 그렇게 전화로 울며 하소연을 한 분은 하늘의 장난처럼, 그다음 시험에서도,


그 피 말리는 긴 여정을 거치고 또 최종에서 떨어졌다.


이번에도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어떻게 위로 한 마디 안 하냐고.


사실, 지금의 힘듦은 결국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합격해야' 해결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앞으로 잘 될 거야.''한 번만 더 해봐. 무조건 붙을 거야.'라는 뜬구름 잡는 위로보다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위로 대신


현직인 친구들에게 합격한 노하우를 물어보고


그녀를 만나 함께 답변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바쁘게 살다가 서로 연락 없이 몇 년이 흘렀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간단하게 풀렸다.








**






[언니! 잘 지내죠? 저 다른 데 TT공기업 붙었어요. 거긴 나랑 인연이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봐요. 지금 경기도에 방 잡고 언니한테 연락해요. 그때 너무 고마웠어요.]



그쯤 해서 또 다른 스터디원에게도 연락이 왔다.



[악어 여경님. 저 후배 되었어요! 다른 곳이랑 동시에 붙어서 어디가 지 고민 중이었는데, 최종 결정했어요. 앞으로 점점 뽑는 인원 줄인다고 해서 너무 걱정했는데… 너무 행복해요.]






심지어 그때 코로나 터지자마자 두려워서 급하게 시험을 준비해 붙은 나는,


부모님과 가족이 있는 집에서 다니지 못해 사택이나 전셋집을 전전하는데


이 친구는 이때 떨어진 덕분에(?)


시기와 지역이 맞아떨어져 집 근처에서 다닌다.  


나는 코로나 한가운데에 붙어서 신입 연수원은 구경도 못하고


바로 일선에 투입되었는데


이 친구는 몇 주간 연수원에서 신나게 전국의 동기들을 사귀고 추억을 공유할 것이다.


이젠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부럽다고 말한다.


(아 그렇다고 제가 회사에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하하)


그럼 과연 합격했다고 이제 끝일까.


아니 이제부터 또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아니나 다를까. 힘들다고, 일이 많다고, 난리난리...






**






결론이다.


"자꾸 최종에서 미끄러져요. 나.... 포기해야 될까요?"


아닙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장 실패했다고 해서 절대 끝이 아니니

끝까지 돌진하십시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번 실패에는 반드시 그 의미가 있으니


나중에 더 잘 될 거라는 뻔한 말은


이상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는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실패'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자양분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모두가 그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 실패는 좋은 것이 맞다.


꼭 원하는 바대로 성공하게 하지는 못해도


인생의 올바른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


실패를 통해 나의 다른 가능성이나


돌파구가 될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잘 안 되면


내 노력의 총양만을 탓하고 몰아치기보다는


'방향'을 바꿔 다른 시도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고집부리지 말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자신을 냉정하게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책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점에서,


세상은 참으로 모두에게 공평하다.


우리의 인생 파이팅!


#공기업 면접 #실패를통해깨닫는것들

#실패투성이인나를사랑하는이유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소식 알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