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백프로 망한다는 거짓말
컨설턴트의 말 듣지 마세요
그 날은 유난히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우울할수록 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너무 싫더라고요. 햇빛이 너무 따가워 괴롭다고 느끼던 내 인생의 한복판에서, 살아보고자 퇴사 컨설턴트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공무원 관둘 때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저보다 먼저 의원면직하고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더니
관두면 백 프로 망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울까지 가서 돈 주고 컨설팅이랍시고 받았는데
그렇게 말하니,
마치 제 인생이 백 프로 부정당하는 거 같더라고요
난 이거 아니면 다른 길을 잘 몰라서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어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는데
무조건 망한다고 하니,
그럼 나는 지금 직장에 남아있을 수 없으니
이제 내 삶을 놓는 거밖에 없는 건가
내가 더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스러웠어요.
그 정도로 저는 당시,
타인의 말에 휘둘리고
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태였거든요.
과연 제가 그 날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버텼다면,
어땠을까요?
남들은 당신을 몰라요.
그때 만약 제가 그 사람의 말을 믿고,
주변 사람들의 밖에 나가면 춥다는 말만 믿고
계속 공무원을 했다면
저는 나왔을 때 겪은 그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그 속에서 생긴 내 인생에 대한 주체감과 자신감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몇 년 사이에 안정적인 직업이란 말이 허상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죠. 정년이 있는 직업도 이젠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 그냥 지나가는 한때의 직업이 되었잖아요.
어떤 이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해요.
‘결국 다시 안정적인 직업으로 돌아갔네요’라고. 하지만 그것은 저에 대해 잘 모르고 겉만 보니 할 수 있는 말이죠.
사람들은 당신의 보이는 것만으로
당신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퇴사할 땐 지금처럼 공무원 인기가 사그라들 때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원을 퇴사한다는 건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죠.
그때 저를 믿어 준 사람이 딱 둘 있었어요
한 명은 엄마,
그리고 한 명은 저랑 같이 일하던 직원 중 한 명이었어요.
“넌 나가도 잘 될 사람이야.
여기 안 어울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그때 그 사람은 별뜻 없이 한 위로였더라고요.
하지만 저에겐 평생 고마운 사람으로 남았죠.
가끔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들조차
내게 맞지 않는 말을 해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요. 각자가 자신의 삶을 너무 사랑해요
때로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혹은
자신 속의 결핍 때문에 자신이 살아온 경험 때문에,
옳은 조언은 할 수 있어도
좋은 조언은 할 수 없어요
더 나아가,
당신의 온전한 생각과 앞으로 당신의 미래를
알 수도 없어요
배우자도 부모도 마찬가지죠
이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고요
당신에 대해 정확히 몰라요
그러니까
제발 인생의 큰 결정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남의 말 듣지 말고 본인이 결정하세요
컨설팅을 받더라도 그 말대로 하지 마시고
본인이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하세요
퇴사하고 망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선택했다면 그건 본인이 책임질 수 있어요
첫 직장부터가 나에게 잘 맞으리라는 생각부터가
오만 아닐까요? 운좋게 잘 맞으면 당연히 너무 좋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해서 비관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당신에겐 그걸 책임질 충분한 힘이 있어요
나 자신의 삶을 책임질 힘이 있어요
퇴사하지 않고 남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안에서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이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요.
(물론 깊은 우울장애로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먼저 치료나 상담이 우선이에요 선택할 최소한의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남의 말 듣고 결정하면
남 원망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선택 두렵죠 당연히 두렵죠
엄청난 선택같으니까.
지금까지의 관성처럼 살지 못하니까.
몸도 마음도 거부하겠죠.
세상에 지금 이 길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이젠 직업이 그 사람을 말해줄 수 없는시대가 왔어요
여러 개가 직업인 사람도 있고
직업이 없는데도 얼마든지 자신의 밥벌이는 하고 사람들도 있죠
세상은 이제 당신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지 않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을 거예요.
삶을 하나로 제한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돼요
부디 가장 귀중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