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이 실은 가장 힘들다
어느 날부터인지 친구들에게
나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넌 잘 지내?”
“어구 죽겠다 야.”
그나마 이 정도 표현하는 게 전부다.
실은 이렇게 말할 땐 어느 정도 기분이 괜찮을 때다.
그런 말마저도 너무 힘든 날엔 차마 내뱉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너무 힘들 땐
반대의 말을 하게 된다.
“응… 나야 그럭저럭 잘 지내지.”
핏 거짓말.
못 지내면서.
‘더’ 힘든 날과 ‘덜’ 힘든 날.
그 두 가지가 매일 반복되는 시간들이 있다.
상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잔뜩 화가 나 있던 어느 날.
카톡 목록을 보다가
한 친구에게
무작정 카톡을 툭- 하나 던지듯 보냈다.
“원래 인간관계가 이렇게 힘든가?”
친구가 바로 칼답이 온다.
“왜? 무슨 일 있어?”
그니까. 그게 말이지. 씩-씩-
…………
하지만 왜인지,
예전과 달리 그 말에 선뜻 내 진심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자의식의 벽이 작동한다.
내가 굳이 이 애에게 내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앞서고.
문득 예전에 이 친구랑 통화할 때 친구가
다른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줬던 게 생각이 난다.
“얘한테 내 이야기를 하면,
결국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내 이야기가
흘러가겠구나.”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말을 아끼게 된다. 방어적인 태도가 되어버린다.
관계라는 건 참 어렵다.
세상은 결국 혼자 걷는 길이라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 이건 틀린 말이다.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 말하면 되지 않냐고.
온전한 내 편에게 다 말하면 되지 않냐고.
가족들은 모두 이해해 줄 거라고.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해하고 사랑으로 품어줄 것을 안다.
하지만 오히려 나와 평생 함께 할 사람들이기에,
순간의 감정 때문에 나오는 말을
이러쿵저러쿵 떠들고는,
후회할 때가 생긴다.
내 마음은 오롯이 나 자신이
품어주어야 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쪼그라들기 시작한 것은.
책 속에 힘이 되는 글귀를 마약처럼 삼키며
다시 힘을 내보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이러다 또 다시
쭈구려들 내 모습이 먼저 떠올라서,
그마저도 힘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평범. 그 평범이란 단어 하나를 좇아가기에도,
그럼 삶을 흉내내며 살아가기에도
너무 많은 품이 든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건,
세상 앞에 소심해져가는 과정일까.
배려한다는 이유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들킬까봐라는 이유로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로.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