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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집 이야기 Oct 18. 2019

내 안의 그놈 목소리

그 얘기 지금 누가 하는 거야?


흔한 옛이야기 플롯이 있다. 밤마다 사또를 찾아오는 귀신 때문에 사또들이 모두 도망가버려 마을이 곤경에 쳐한다는 이야기다.


사연이 뭐냐고 물어봐야 할 텐데 모두 무서워 하룻밤 만에 도망가기 일수다. 용감한 주인공만이 귀신의 한 많은 사연을 들어본다. 그리고 이야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가진다. 알고 보니 귀신은 못된 양반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내 것으로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그 당시의 못된 양반처럼 내 안에서 힘을 가지고 좌지우지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렇게 한을 품은 내 안의 귀신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0월 0일 어느 날의 꿈
<나치복장을 한 사람에게 소리치다>

나는 책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다.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나만 늦었다. 교실에서 혼자 작업을 한다. 그때 나치 복장을 한 선생님이 와서, 내게 사회적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나는 너무 화가 난다. 그에게 소리치며 화를 낸다.


과제 제출이 늦어 초조한 순간 나타난 사람이 있다. 무려 나치복장을 입고 있다. 이 사람은 보편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말이다.


나는 너무 화가 난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딴 소리를 지껄이냐고 소리치고 싶다. 모두에게 옳은 것이 나에게도 옳은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오랫동안 사회가, 타인이 말하는 이유나 원인, 가치들을 당연한듯 내 삶을 재단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남들도 다하는데 이만큼은 해야지.”

"이건 이미 한 건데 더 좋은걸 해야지!”

"인맥이 중요한데 사람들 좀 만나야지.”


이렇게 올라오는 생각들은 정말 내 생각일까? 아니면 내 안의 일부가 되어버린 꿈속의 나치 선생님의 목소리일까?


과제는 늦었지만, 아직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방과 후 교실은 비었지만, 내게는 열려있었다. 늦었지만 ‘이건 너의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이런 시간의 틈을 파고 들어온 나치선생은 말한다.



남들 다할 때 뭐한 거야!
남들만큼 하려면 늦었어!!
이래서 남들만큼 살 수 있겠어!!!


꿈속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도 없이 기존의 기준만을 갖다 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유들은 진짜 나의 이유가 아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본 이유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 오래되고 낡은 신념이, 먼저 살았다는 타인들이, 내게 강요했던 이유들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내 것인 줄 알고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가 만든 이유다.


나는 왜 과제에 늦었을까? 다른 사람들보다 게을러서? 머리가 나빠서?


단지 조금 느렸던 거라면?!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조금 느렸던게 아닐까! 삶에서 각자의 시간이 있다는걸 자꾸 잊게 된다.


이제 그 이유들에 대항하여 화를 낸다. 지금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늦어거 다른 불안을 안고 있다지만, 이 불안을 뒤로 숨기거나 대충 마무리한 하고, 따라 뛰고 싶지는 않다. 불안함을 인정하고, 그 불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겹 한 겹 뜯어보고 붙여본 후, 과제를 마치고 나올 것이다.


언젠가 이 불안이 또 나의 발목을 잡을 때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늦었지만 나는 이 과제를
마무리하고 교실을 나오고 싶어.”

진짜 나의 소리와 내가 살아온 사회의 소리는 다르다. 타인의 소리를 잘 걸러내야지만 나로 살 수 있다. 가슴에 가득 한을 품고 매일 밤 울며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소리가 들린다면, 일단 앉아서 찬찬히 들어보자.


‘남들도 다하는데 이만큼은 해야지’ 가 아니라

‘내가 하는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이미 한건데 더 좋은걸 해야지’ 가 아니라

‘지금 할수있는 만큼, 즐거운만큼’


‘진짜 나’는 내가 아프길 바라지 않는다.

내가 자신을 미워하기를, 비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잘 구분해보자.

지금 내가 나한테 하고 싶은 진짜 말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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