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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집 이야기 Oct 14. 2016

꿈에게 묻다

-내 안의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매달 받은 적은 월급으로 기본적인 숨쉬기 생활도 해야 하고, 쌓인 빚도 갚아야 하고, 집에서 내 몫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러 저래 해 미뤄 놓았던 일들이 문득 올라와 출금 줄에 서보지만 안으로 입장하기에 월급은 너무나 적다.


그런 내 월급 줄에 갑작스레 새치기 한 놈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타로에 꽂히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뽑은 카드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은 꿈 투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런 면들이 나의 어떠한 부분을 자극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열정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렸고, 마침 얼마 뒤에 시작하는 강좌를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그동안 계획성 있게 여유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순서대로 쓰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몇 번을 생각하고 생각했다. 돈 나올 곳은 없었다. 이건 다음날 월급에서 미리 당겨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달 카드 값은 조금 부족하게 될 것이다.


나는 꿈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가끔 이렇게 직접적인 질문을 잠들기 전에 누워서 스스로에게 던져 볼 때가 있다. 지금 내게 이런 걸 배울 여유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꿈은 내가 알아들을 만큼의 답을 바로 주지는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그냥 질러버리자고 마음먹고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수강료를 입금하겠다고 말이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꾼다.

양쪽에 말 3~4마리가 마구간 같은 곳에 묶여 있고 나는 가운데 길을 지나려 한다. 말들은 흑마, 백마, 황마 등 종류별로 있는데 그중 백마가 앞발을 든다. 말들이 그동안 잘 먹고 잘 쉬었는지 건실하게 느껴진다. 쟤네 그동안 엄청 잘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운데 길을 막 지나려는데 산책용 목줄을 바닥에 끌며 검은색 비글종의 강아지가 나를 보며 엄청나게 짖어댄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겁이 나 조금 피해서 걸으려는데 계속 나를 따라오며 엄청나게 짖어댄다. 겁이 났다가

이 강아지가 나를 보며 왜 이렇게 짖어대는지 의문이 생긴다.


나를 보며 짖어대는 개에 대한 의문을 안고 꿈에서 깼다. 강아지는 왜 나를 보고 사납게 짖어 댔던 걸까? 마치 내가 그 길을 그냥 지나가는 걸 막으려는 거 같았다. 꿈의 보편적인 상징으로 본다면 동물은 본능이며 개는 내 안의 남성성으로 볼 수 있다. 내 안의 본능은 길을 막고 짖어대며 나에게 알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마구간 같은 곳에 묶여있던 말들을 보라고!


말은 이동을 위한 동물이며 발을 차며 달리는 모습은 힘 있게 느껴진다. 말이 꿈에 나온 건 꿈 일기를 쓴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건 또 다른 에너지일 것이다. 지금 내 꿈속의 말들은 너무나 건강하다. 그동안 정말 잘 먹고 잘 자기만 했나 보다! 이렇게 건강해서 잘 달릴 수 있는 말들을 묶어두기만 했다고 강아지는 나에게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강아지 중에서도 가장 극성맞다는 비글이라는 종으로 나타나면서 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산책용 목줄을 바닥에 끌며 나를 찾아온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요즘은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필수적으로 목줄을 하는 것이 사회적인 약속이다. 본인의 애완견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며, 다른 이들을 배려한 일종의 약속인 것이다.


집안에만 있는 강아지에게 산책은 너무나도 신나는 일 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애완견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지만 강아지를 위한 산책은 때론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산책을 나온 주인과 애완견을 볼 때 가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산책이 너무나 주인의 패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밖에 나온 강아지들은 신이 나서 풀 냄새를 맡고 여기저기 탐색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들은 때로는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조금씩 움직이며 수많은 냄새들을 탐색한다.


그러나 주인들에게는 그런 탐색의 시간을 충분히 줄 여유가 없어 보인다. 주인들은 목줄을 끌며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려는 개들의 짧은 목줄을 당기며 무관심하게 걷는다. 지금 나와 같이 나와 있는 애완견이 어떠한 기분으로 걷고 있는지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강아지에게 투사해 안쓰럽게 여기곤 했다.


꿈속의 강아지도 목줄이 있는 걸 보니 주인이 있을 것이다. 그 주인이 나라면 나는 강아지에게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황이, 내 생활이 버겁다는 이유로 내 본능에게 탐색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외면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이 꿈이 무조건 타로와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알고 싶고 탐색하려는 마음이 올라올 때  현실이라는 명목 아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다시 깊숙한 어떤 곳에 넣어두기만 했던 나의 고질적인 패턴에 대한 짖음 같았다. 조금만 주위를 탐색하면 나를 태우고 멋지게 달릴 말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타로에 대한 첫 번째 수업은 시작되었다. 타로 수업의 첫날 78장의 카드가 둥글게 펼쳐지고, 각자 한 개씩의 카드를 뽑아보기로 했다. 내가 뽑은 카드의 명칭은 디스크 샤먼이었다.

<마더피스 타로의 디스크 샤먼>

이 카드에 대한 타로 카드적 해석은 아직 자세히는 알 수 없다.(본인의 지식이 미비하여 카드 해설 또한 첨부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카드의 그림을 보는 순간 꿈이 떠오르며 기분 좋은 기운이 들었다.


카드 속 여인은 말(정확히는 노새였다.)을 타고 있다. 마치 꿈속의 말을 탄 나를 보는 거 같았다.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그녀는 맨발이었고 젊다기보다는 삶의 지혜가 더해진 얼굴을 가졌다. 그동안의 자신의 모습은 잠시 내려두고, 삶에서 얻은 지혜만 가지고 노새를 타고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나를 투사했다. 내가 지금 또 새롭게 가려는 길은 어떠한 길일지 노새 위에서 편히 즐기기도 하며 그렇게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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