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는 투우 경기 중에 소가 잠시 몸을 피하고 숨을 고르는 영역을 뜻한다. 이때, 투우사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독일어 슈필라움(Spielraum)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놀이 공간을 뜻한다. 케렌시아가 '재충전'의 의미가 강하다면 슈필라움은 '재창조'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차이는 있지만 두 단어 모두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편 영어 생추어리(Sanctuary)는 착취당하거나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시설을 말한다. 케렌시아에서 소는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경기를 뛰어야 하고, 슈필라움에서 인간은 놀이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면 생추어리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되돌아갈 곳이 없다. 생추어리에서는 누구나 아무 목적 없이 고유한 존재로써 계속 살아갈 뿐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도 생추어리는 필요하다. 바깥에는 당신의 마음 따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고, 일을 마친 후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에너지가 당신에게는 없다.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당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생추어리는 텅 빈 공간이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미니멀라이프 용어 중에 '둥지 파괴' 개념과 흡사하다. 하지만 둥지 파괴란 잡동사니가 쉽게 쌓이는 물건의 표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말하는데 되도록 파괴라는 과격한 단어 사용을 지양하고, 생추어리란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 생추어리 찾기는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방법은 아니지만 생추어리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고, 물건을 비우기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생추어리를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생추어리를 정한다.
: 생추어리가 될 공간은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거나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 쓸 요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2. 물건을 정리한다.
: 생추어리로 확보할 공간을 정했다면 물건들을 같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다른 물건들이 있는 곳으로 집합시킨다. 만일 근 시일 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과감히 처분한다.
3. 생추어리를 표시한다.
: 초창기에는 애써 확보한 생추어리에 다시금 잡동사니가 쌓이지 않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추어리임을 표시한다. 나중에 생추어리 챌린지에 익숙해진다면 굳이 표시를 않는다.
이제 하나의 생추어리 찾기부터 시작해 보자. 텅 빈 공간을 들여다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정신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여정을 당당하게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