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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나무 Sep 29. 2022

사천만 원으로 굳이 집을 산 네 가지 이유

사람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듯 성격도 가치관도 개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세컨하우스를 산 나를 보고 '와, 그 금액으로도 집을 살 수 있구나. 나도 사고 싶다'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돈이면 차나 주식을 사거나 대출을 갚지. 굳이 왜 집을 하나 더 사?'라고 할 수도 있다.


사천만 원이란 돈의 크기 또한 누군가에게는 몇 개월 아끼면 금방 모을 돈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큰 돈일 수도 있다. 나에겐 사천만 원은 큰 액수였고 그러니 그만큼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었다. 그렇다면 세컨하우스는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고 얼마큼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을 때 몇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


단순한 말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면 무계획성 성향인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교통편과 숙소는 예약다. 이때 보통의 숙소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 시간을 맞춰 일정을 짜야하고 어떤 경우는 정말 가서 짐 풀고 잠만 자고 바로 나와야 할 때도 있다. 숙박비가 저렴하지 않은데 활용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세컨하우스는 숙소를 예약한 게 아니니 차가 덜 밀리는 시간, 내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해서 오고 갈 수 있고 혹시나 날씨 등의 이유로 여행이 어렵다면 다른 일정으로 쉽게 변경이 가능하다.


두 번째, 짐을 싸고 풀 일이 없다.


또 하나의 우리 집이기 때문에 여행 때마다 바리바리 싸던 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전반적인 생활에서 꼼꼼함과 거리가 먼 나는 이상하게 여행 짐을 쌀 때만은 지나칠 정도로 꼼꼼해진다. '굳이 이렇게까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짐을 싸는데 '이건 안 챙겨도 되겠지?' 했다가 갑자기 필요하게 됐을 경우, 생각만큼 쉽게 그 물건을 구할 수가 없던 경험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도 아니고 완전 시골도 아닌데도 그러했다. 세컨하우스가 있으면 그런 사소한 물건까지 미리 가져다 두면 따로 짐을 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하고 몸도 가볍게 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세 번째, 어디를 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게 성향 따라 다르긴 하지만, 늘 새로운 곳, 가지 않은 곳을 가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좋았던 곳은 여러 번 반복해서 가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도 비슷한 성향이고 아이들은 그곳이 어디든 바다만 있다면 오케이라 세컨하우스를 구입하는데 가족의 의견이 나뉠 것 없이 하나로 모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장거리나 해외여행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 우리 가족의 현 상황에선 세컨하우스가 최적이다.


네 번째,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우리의 두 번째 집이 있는 곳은 충청남도 태안군, 인구 6만 명의 작은 지역이다. 실제로 가보면 읍내는 일반 다른 도시의 시내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그곳을 제외하곤 높은 건물을 보기가 어렵고 산, 논, 밭, 바다 등 뻥 뚫린 자연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다.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건 덤이다.


평일엔 사람 많고 차 많고 건물 많은 도시에서 지내다가 주말엔 자연과 어우러져 지낼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임장 겸 물놀이로 놀러 갈 때마다 차에서 보이는 풍경, 바다에서 보는 노을이며 넓은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 그럴 땐 어떤 좋은 물건이 아니라도 자연만으로도 이렇게 깊고 꽉 찬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경이롭기도 했다.

사천만 원이라 제목에 썼지만 그보다 좀 더 적은 금액으로 집을 샀다. 취득세 및 중개비 등 부대비용, 인테리어 비용과 집에 들일 가전, 가구 구매비용을 다 합하더라도 오천만 원이 되지 않는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집을 사는 비용치곤 아주 적은 금액이기에 비용 대비 활용가치는 높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커서 이제 서해는 그만 봐도 된다거나 혹은 내가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는 열심히 우리의 두 번째 집에 놀러 가고 싶다. 작고 소중한 두 번째 보금자리에서 소확행을 얻고 싶다. 공간 곳곳마다 추억을 새기고 행복을 심어둬야지. 훗날 우리 가족에게 이곳의 추억이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고 평일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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