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매매하기로 하면서 우리 부부의 인테리어 논쟁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2년 전 딱 이맘때에도 한차례 인테리어 논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또 한 번 놀랐던 이유는 2년 전에 샀던 집은 실거주를 위한 집이었지만 지금은 세컨하우스인데도 그때와 똑같은 논쟁을 또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남편과 나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는데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치관의 차이, 성향의 차이가 만들어 낸 논쟁이었다.
나: 여보, 실거주하려고 산 집이면 나도 당연히 전체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거 동의하지. 그렇지만 이 집은 우리가 세컨하우스로 사용하려고 산 건데. 많이 가봤자 한 달에 세, 네 번이야.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다 한다 해도 나중에 그 값만큼 집을 팔 때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지난 10년 시세를 봐봐. 10년 뒤에 팔아도 우리가 산 가격보다 높게 받을 확률이 낮아.
남편: 물론 그렇지만 이왕 사용할 집 예쁘면 좋잖아. 20년 됐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하자도 있고 손 볼 부분 꽤 있어. 주방이랑 화장실 배관도 바꾸고 싶고, 방문도 가운데 봐봐. 약간 부서진 부분 있잖아.
나: 자세히 보면 문제없는 집 몇 집이나 있겠어. 큰 하자 아니고서야 실생활에 아무 문제도 없고 처음 우리가 이 집을 골랐을 땐 그래도 깔끔해서 화장실만 리모델링하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 정 그러면, 화장실만 리모델링하고 우리가 쓰면서 더 필요한 부분은 그때 가서 고치자.
남편: 할 때 한 번에 해야지. 안 고치고 사용하면 계속 그 부분 거슬려서 안돼. 공사하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그때마다 맨날 체크하러 올 수 있지도 않은데 할 수 있을 때 한 번에 하는 게 나아.
나: 그럼 도대체 어디까지 고쳐? 나는 화장실이랑 최대로 더 포함하면 현관 타일, 베란다 타일까지만.
남편: 그건 당연히 해야 하고 거기에 주방 싱크대도 다 철거하고 새로 해야 하고, 방문도 교체했으면 좋겠고, 중문이랑 신발장, 도배까지.
2년 전에도 아주 비슷했다. 이사를 하고 싶었고 내가 집을 팔고 사는 걸 전적으로 담당했고 남편은 그럼 인테리어를 꼭 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당시 집이 깨끗한 편은 아니었지만 입주 4년이 안된 아파트였기 때문에 도배와 필름 정도만으로도 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사하게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남편의 기준은 아주 달랐기 때문에 나에겐 이만큼만 고쳐서 살면 되겠다는 기준이 남편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땐 그럼 어떻게 했느냐. 보관이사를 하고 2주 동안 인테리어를 하고 그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작은 오피스텔에 머물며 샷시와 마루를 뺀 거의 전체 인테리어를 하고 지금 집에 살고 있다.
이번에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의견은 너무나 달랐다. 나는 남편이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돈이 너무 아까웠다. 집값의 20프로가 넘는 비용을 인테리에 투자해서 얻는 가치를 아무리 생각해보려고 해도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이 산지 9년이 된 이 남자는 한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분명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할 걸 알았기에 결국은 내가 허락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마음을 내려놓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걸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 남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실거주는 아니지만 이왕 우리 가족이 사용할 거면 더 예쁘고 깔끔하면 좋지. 놀러 가서도 진짜 놀러 간 기분도 날 거고. 우리 가족이 안 쓸 땐 지인들 빌려주기에도 이왕이면 인테리어 된 집이 좋을 거야. 혹시 아이들이 커서 더 이상 세컨하우스로 사용할 의미가 없어지는 시기가 오면 세를 주기에도 다른 집에 비해 낫겠지.'
긍정적으로 생각 회로를 돌렸고 그렇게 해보니 좋은 점도 꽤 있었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껴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싶었으나 그 비용은 남편이 용돈을 아끼거나 안 쓰는 물건을 팔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결국 남편이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편에게 하고 싶은 대로 인테리어를 하라고 허락 하고 나서 그날 남편은 저녁 내내 콧노래를 불렀다. 말하는 톤도 한 톤 업되었고 굉장히 기분 좋은 눈치였다. 저렇게 좋을 일인가 싶으면서도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지긴 했다.
다만 한 가지는 다짐했다.
다음에 혹시 또 집을 살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손볼 게 많고 더러워도 상관없고 무조건 제일 저렴한 집을 사야겠다고. 그래야 나도 내적 갈등 없이 집 전체 인테리어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거 같고 집 매수에서 아낀 돈은 인테리어 비용에 보태고, 남편과도 더 이상의 인테리어 논쟁은 필요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