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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나무 Sep 18. 2022

15평 그 집은 어떻게 우리 집이 되었나

세컨하우스를 사기로 결정하고 나니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이었다. 금리인상시기에 대출까지 내며 사고 싶진 않았고 있는 현금을 끌어모아보니 예산은 4500만 원 정도가 되었다. 주식에 물려있는 돈을 합하면 더 많은 예산이 가능했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강제 장기투자가 된 상태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예산은 정해졌고 예산 외에도 여러 가지 고려할 것들이 있었다. 세컨하우스를 사더라도 실제로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보다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어야 했다. 남편과 내가 생각한 조건 중 고려해야할 1순위는 집과의 거리였다.


세컨하우스가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도 잠깐 생각했지만 금세 머릿속에서 제외했다. 현재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우리는 최근에 개통된 화성-광주 고속도로로 강원도까지 가는 거리가 2시간 30분~3시간으로 그 전보다 줄었. 하지만 우리 부부는 둘 다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는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리가 줄긴 했지만 강원도는 제외했다.


더구나 둘 다 일반 직장인이다 보니 휴가를 내지 않는 이상 평일엔 시간을 낼 수 없고 주말과 공휴일만 세컨하우스에 갈 시간이 허락되는데 강원도로 가는 길은 그땐 늘 밀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편도 3시간 이상 걸릴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렇다면 어디가 적당할까? 산보다는 바다가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본 또 다른 후보지는 충청남도 태안이었다. 태안은 우리 집에서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고 밀리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밀리더라도 2시간 내로 도착 가능한 곳이었다.


거리 외에도 태안으로 정한 이유는 또 있다. 작년에 태안과 강릉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어린아이 둘과 함께 놀기엔 동해보다는 서해가 훨씬 나았던 경험도 최종 선택을 태안으로 하는데 한몫했다. 아무래도 동해의 파도는 서해보다 높고 더 셌으며 수심도 금방 깊어졌기 때문에 바다에 있는 동안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서해도 곳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이 달라져서 그에 따른 재미도 있었다.


집을 구하기 전 올여름 동안 부지런히 태안 해수욕장 네 군데에 갔는데 아이들 모두 네 군데에서 오랜 시간 자기들만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더 확신이 들었다. 물과 모래만 있는 자연에서 아이들은 십수 개 장난감이 있을 때보다 더 오래, 더 활동적으로, 더 창의적으로 잘 놀았다.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온라인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있는 몇 군데 집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주택 말고 아파트로만 보았는데 이 역시 이유는 있다. 우선, 예산에 맞추는 게 첫 번째였고 주택은 둘 다 관리에 자신이 없었다. 실거주도 아니니 더 그러했다.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까지 시간이나 비용을 들이고 싶진 않았고, 아파트의 여러 가지 편의성, 예를 들어 주차장,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처리, 치안 등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총 여섯 개의 집을 봤고 그중에서 관리가 조금이라도 잘 된 1층 어느 집을 최종 선택했다. 아이 둘이 있다 보니 놀러가서라도 편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1층은 아무래도 아이들 발걸음 소리에서 다른 층보단 덜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집이 타이밍에 맞춰 있어 줘서 다행이었다.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고 비로소 우리의 두 번째 보금자리가 생겼다.


20년 된 구축 아파트다 보니 아무래도 손볼 곳이 있긴 했고, 화장실은 리모델링을 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화장실'만' 리모델링을 하고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남편의 의견은 달랐다. 평소 깔끔, 꼼꼼,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남편에게 이 집은 아주 고칠 게 많아 보였던 거다. 집을 사기까지 별다른 이견없이 순탄하게 진행된 세컨하우스 매매였는데 인테리어를 앞두고 우리 부부의 작은 마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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