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나무 Oct 04. 2022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OO이다.

인테리어 이야기(上)

본격적인 두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동탄의 실거주용 우리 집은 30평이고, 태안의 세컨하우스는 그의 절반인 15평이다. 하지만 면적과 상관없이 두 집은 모두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때문에 용도에 따라 세컨하우스일뿐 태안의 작은 집도 우리 가족이 기분 좋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다. 초반에 남편과 나의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이왕 하기로 결정하고는 같은 마음으로 하자 없이 공사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중이다.


지금 거주하는 동탄 집도 2년 전에 인테리어를 하고 입주했었는데, 그때 인테리어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자재, 하자, 비용 모두 아니다. 바로 '소통', 정확히는 '사장님과 소통'이었는데, 이번에 태안 집을 인테리어 하는 동안도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었다. 다른 인테리어 업체, 다른 사람, 다른 지역에서 하는 데도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싶다가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원활하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2년 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2년 전엔 인테리어를 하는 2주 동안 근처 오피스텔에서 묵었기 때문에 매일 현장에 가서 그날 시공을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바로 사장님과 연락하여 해결이 어느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현장과 거리가 멀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매일 확인을 해도 서로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원거리 공사를 해야 하는 지금은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계약할 때 더더욱 사장님께 매일 확인하러 오지 못하니 꼭 중간에 진행상황을 자주 알려주시고 사진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드렸다. 사장님도 아주 흔쾌히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었다.


놓였었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현재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된 지 2주가 지났는데, 우리가 받은 사진은 한 장이다. 그나마 공사 진행 일주일째에 지인이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어서 중간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다시 해야 할 부분도 체크가 가능했다. 지인이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던 건 우리 옆집을 세컨하우스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쓸 생각이다.


아무튼 지인을 통해 처음 본 몇 장의 사진과 심지어 사장님이 보내준 딱 한 장의 사진에서도 우리의 요청과 다르게 시공된 부분이 발견되어 수정을 요청했으니 나의 불안감이 날로 커졌다. 그렇게 시간을 하루 이틀 보내다가 지난주 금요일 아이들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등원시킨 후 남편과 나는 태안으로 내려갔다. 유독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이었는데 앞이 뿌연 것이 우리 마음의 불안함을 대변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내려가는 동안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인부 두 분이 조명을 달고 계셨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한국말이 서툰 그들은 나를 보며 "주인이야?" 라며 반갑게 물었고, 나는 당황하며 "네."라고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남편과 15평의 작은 공간을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둘러보았고 다행히도 큰 문제는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사장님이 서비스로 해주겠다던 여러 가지 것들이 세심하게 잘 되어 있는 걸 보고 그간 사진을 보내주지 않고 소통이 잘 되지 않던 것에 대한 불만도 누그러졌다.


다만, 작은 부분에 신경을 써주신 반면 큰 부분에선 문제가 조금 있었다. 우리는 주방에 상부장을 달지 않기로 했고 대신 벽 선반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주방 인테리어가 마무리가 되어 보이는 시점에 벽 선반이 없었고, 주방 후드가 남편이 요청했던 스타일이 아닌 다른 스타일로 되어있어서 사장님께 연락을 해보니,


"사장님, 저희 주방에 벽 선반 달기로 했었잖아요. 그거는 언제 하시나요?"

"아~!! 맞다. 깜박했어요. 다음 주에 할게요."


"그리고 후드요, 침례 후드로 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안되어있는데요?"

"아, 그거 두 번이나 하려고 시도했는데 도저히 안되더라고요."


라는 사장님과의 통화. 미리 말씀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안 되는 걸 우리 부부가 억지로 하라고 하진 않았을 텐데. 사진은 보내주지 않았지만 그 전에도 남편과 사장님은 종종 통화는 했었는데 우리에게 전달이 안 된 내용들이 제법 있었다. 인테리어 두 번을 하며 두 번 모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험을 하니 우리 부부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아주 큰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바쁘다 보면 소액이고 규모가 작은 우리 집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나 봐.' 하며, 소통이 잘되지 않는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다가도,


'규모가 작든 크든, 비용이 적든 많든 모두 소중한 고객 아니야? 차별하면 안 되지.'라며 조금 열을 내봤다가 결론은 어쨌든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공사가 끝난 부분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으며, 우리가 요청하는 건 친절히 응대해주고 일단 수용하는 편이니 좋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잘 마무리되길 바라자며 남편과 이야기했다.


동탄으로 올라오기 전 사장님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요청사항을 문자로 보내고 꼭 사진을 보내달라며 다시 한번 당부하고 태안을 출발했다. 금요일 늦은 오후여서 그런지 내려갈 때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리던 길을 정확히 두 배가 걸려 세 시간 만에 도착했는데, 어쩐지 올라가는 차들로 가득 차 밀리는 도로만큼 내 마음도 답답한 느낌이었다.


부디 이 불안한 마음이 기우이길. 제발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천만 원으로 굳이 집을 산 네 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