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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나무 Oct 11. 2022

세컨하우스 덕에 동네 운전 벗어났다

운전을 즐기는 성향이 아니다. 운전이란 행위 자체의 두려움이나 귀찮음보다는 길치+방향치 콤보인 나에게는 운전을 하며 동시에 길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운전을 하게 된 건 운전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던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부터다.


지금 사는 곳은 사람도, 건물도, 차도 많은 신도시지만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던 2016년도만 해도 우리 아파트만 나홀로 아파트로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있을 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작은 편의점 하나가 전부였다. 심지어 당시엔 동네 제일 끝자락에 위치해있어서인지 택시도 잡히지 않았고 유동인구가 적으니 버스도 잘 없을뿐더러 배차간격도 길어서 어딜 한 번 나가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나마도 날씨가 좋으면 다행이지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덥거나 추운 날에 돌도 안된 아기와 같이 뚜벅이로 하는 외출은 집을 나서기 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인지는 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미루다가 둘째를 임신하고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운전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있으니 운전을 할 일이 자주 있었고 그 덕에 동네 운전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운전을 시작하니 생활 반경도 넓어지고 이고 지고 했던 짐도 간소화되고 날씨 때문에 일정을 미루거나 하는 일이 없어졌고 자연스레 삶의 질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새로운 길을 가면 늘 길을 못 찾아 헤맨다든지, 꼭 잘못된 방향으로 한 번은 돌아간다든지 하는 길에 대한 감각은 쉽사리 늘지 않았다. 심지어 자주 가던 곳이라도 다른 길로 가면 또 헤매었다.


동네 운전을 벗어나게 된 건 일을 하게 된 2년 전부터 근처에 수원, 오산 등을 가게 되면서인데 이마저도 가야 하니 운전을 했던 거지 자발적으로 하게 된 건 아니었다. 그러니 또 2년 동안은 그 범위에서 운전 반경이  않았다. 그래도 생활에 필요한 곳은 웬만큼 내가 혼자 운전해서 갈 수 있으니 딱히 불편함은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나도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이유는 앞서 말했던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길에 대한 감각 때문이다. 나가는 길에 빠지지 못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던 아무개 씨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컨하우스를 사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서는 고속도로 운전을 못하는 게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올해 햇수로 운전 6년 차가 되었는데 드디어 나도 고속도로 운전을 한다. 새해가 되자마자 일단 시댁이 있는 서울까지라도 운전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시댁을 오고 갈 때마다 남편을 조수석에 앉히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사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불가능할 거 같지만 어찌 됐든 무사히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빠져나오며 나의 운전 반경을 서서히 넓혀갔다.


세컨하우스를 사고 나서는 태안까지 왕복 운전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운전에 대한 의지가 6년 전 운전연수를 받을 때처럼 불타올랐다. 이제는 화성에서 태안까지 약 120km를 혼자 운전하는 게 가능하다. 목적지가 명확히 있어야 운전대를 잡고 필요에 의해서만 운전을 하는 성향이라 동네운전만 5년을 하고, 올해 들어서야 시댁이 있는 서울(편도 50km)까지 겨우 가능했었는데, 이제는 편도 100km가 넘는 거리도 가능하다니 감개무량이다.


아, 여전히 새로운 길을 갈 땐 당황하고 헤맨다. 갈림길이 나오면 분명 내비게이션이 미리 알려주어도 왜그렇게 헷갈리고 긴장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냥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먼 거리와 복잡한 곳,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헤매는 것에 당황하지 않고 원래 한두 번은 헤매는 게 당연한 걸로 말이다. 그 모습이 '나'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인테리어 최종 점검 겸 당일치기로 태안에 다녀왔는데 내려갈 땐 내가, 올라온 땐 남편이 운전을 했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라도 서로 나눠서 운전을 하니 피로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내려갈 때 일기예보와 달리 비가 계속 내리고 강수량도 폭우 수준이었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내 양쪽 어깨가 심히 긴장을 한 탓에 어깨가 좀 뻐근하긴 하다.


운전한 지 6년만에 동네 운전에서 장거리 운전의 목표가 되어준 우리의 두 번째 집에 감사하다. 세컨하우스를 마련하면서 두번째 보금자리라는 공간이 생긴 것 외에 내 생활의 또다른 변화를 주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이 작은집에서, 이 작은 공간을 통해 어떤 일들이 더 생기고 나와 우리 가족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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