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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워터 Mar 27. 2022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기

서이제, 0%를 향하여



퍼스널 브랜딩과 롤모델이 넘쳐나는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 하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정체를 빌려와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사회는 우리에게 1%의 인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 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그 주문에 응하기 위해 우린 무언가를 계속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시대에서 0%를 향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니, 0%는 무엇일까.



0은 정말 0이고, 무인가. 아무것도 없는 건가. 0 뒤에 점이 있고 점 뒤에 보이지 않는 수천수만 개의 숫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전부를 표기할 수 없어 결국 0으로 요약되었지만 그 뒤에 분명히 존재하는 숫자들. 그런 숫자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일단 마음의 관성에 맞춰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도 어쩐지 주저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순간에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딛고 다시 시작한다. 원동력이 뭘까. 좋았던 순간들의 이미지와 기억들, 나빴던 순간들의 이미지와 기억들. 그런 것들의 총합이 결국 사람의 방향을 트는 걸까. 작가는 갈팡질팡한 문체로 이에 대해 쉬이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 갈팡질팡의 상태가 현재의 상태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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