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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워터 Aug 04. 2023

다정한 거짓말

백수린, 눈부신 안부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쁜 마음으로 예약 주문을 했고 받자마자 문학동네 독파 챌린지를 신청하여 천천히 아껴 읽었다. 낮에도 읽고 밤에도 읽고 평일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독서를 했다. 유려하고 감성적인 문장 덕분에 천천히 흐름을 타듯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파독 간호사 이모들을 둔 ‘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선자 ‘의 어린 시절 첫사랑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나’ 역시 어른이 되어가는데, 소설 말미에 다다라 ‘선자’에게 받는 편지는 그 자체로 삶에 큰 위안을 주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 <윤희에게>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윤희에게>가 겨울 느낌이라면 이 소설은 여름 느낌에 가까웠다.


읽는 내내 주인공과 내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때문에 나도 함께 어떤 시절을 통과하고 성장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어릴 때부터 주인공이 반복했던 거짓말이 결국엔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작가는 거짓말에 담긴 주인공의 순수한 선의를 탓하지는 않되, 그 거짓말이 실은 자기기만과 다름없다는 뼈아픈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품 넓은 ‘선자’의 입과 삶을 빌려서 말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선자’ 역시 일종의 거짓말로 ‘나’를 위로하고 있고, 이 소설 역시 하나의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어떤 거짓말에는 정말 큰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습관적인 거짓말들이 나를 삶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지게 만드는지 잊지 말라고, 앞으로는 삶을 찬란하게 살아내라는 따뜻한 당부에 뒤늦게나마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아름답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내가 내 삶에서 조용히 그려보곤 하는 장면이기도 해서 뭉클한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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