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계들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작 혼자 있더라도 혼자 있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시대에서 반강제적으로 인터넷과 떨어져 기내에서 보내는 몇 시간은 비행기의 매력인 동시에 불편함이 아닐까 싶다. 혼자 창가에 앉아 있는 나의 귀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는 기내에 있는 사람들과 나를 분리시켜 주었고, 내 시선은 비행기 창문에 고정되어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륙 시간은 오후 6시 즈음, 이륙 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본 하늘의 모습은 온통 주황빛의 향연이었다. 지평선과 구름에 몸을 숨겨가며 그 사이로 강한 빛을 내던 해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가 다녀간 자리에 노을이 남았다. 은은한 주황빛의 모닥불은 하늘에 남아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꺼질 줄을 몰랐다. 이 모닥불은 앞서 강렬히 빛나던 햇빛처럼 그 자체로서 강하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해가 떠난 후 주변에 남은 어둠은 주황빛의 노을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하늘이 해가 준 따뜻함에 감사를 표하듯, 하늘은 그렇게 선뜻 그들의 자리를 내어주었고, 노을은 그 어떤 빛보다 더 선명하게 오래 빛났다.
4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시간 동안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주황색 모닥불이 내게 준 일종의 위로 때문이었다. 요 며칠 조급함에 앞서, 계속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야 할 것만 같고, 뛰고 싶지 않을 때에도 뛰어야 한다고 채찍질을 했던 나 자신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세기'가 아니라 그것의 '지속'과 '의미'라고 노을이 지그시 알려주는 듯했다.
지금 당장 강렬해 보이지 않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오래, 더 선명하게 빛날 수 있다. 여름을 마무리하기 전, 조급함에 앞서 지금 당장은 강렬하지만 빨리 꺼질 빛을 추구하기 보다는 '내게' 더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그 은은한 빛을 내기 위해 성실히 그 길을 가고자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노력하면 내가 얻을 결과보다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를 내가 온전히 사랑할 수 있기를,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음미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