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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국 Jan 04. 2024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결혼에 대한 의구심 해결하기 7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막연히 예상했던 것처럼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고,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도 생기고, 관계나 서로의 성격에 대한 문제도 같이 생겨났다.


다른 예비 신랑, 신부들을 행복해 보이고 문제없이 결혼식 준비도 잘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닌가 하고 더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이걸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탓을 하면서 감정이 폭발하면,  남자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극단적으로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뱉은 모진 말들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걸 느끼고는 후회하길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헤어져야 하나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생각보다 많고, 심지어는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여러 번이다.

정반대의 성격이 만난 것 같았고, 근본적인 가치관마저 상대에게 잘 보이려 포장되어 있던 것이 낱낱이 뜯겨 나와 서로의 결정적 차이를 마주하게 된 기분이 들었다.


결혼을 할 때 그 과정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그건 자신의 운명의 상대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말도 생각났다. 

결론적으로 내 내면에서 무수히 많은 말들이 나를 더 괴롭게 하고, 자꾸만 결혼까지 결심한 관계에 의문을 품게 했다. 


그래서 지난번 생각해 본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정리해보려 한다.

둘 다 자유로운 영혼이면 싸움은 배가 된다.

>> 이 문제를 생각해 보다가, 내가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보고 나 자신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자친구와 뭐든 즐겁게 함께 하고 싶기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참게 되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내 모습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도 아니고, 관계에서 원하는 모습도 아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안정적이고 믿음이 있는 관계를 형성한 후에 서로 자유롭게 활동을 하는 것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형태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서로 공유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부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내가 뭔가를 혼자 자유롭게 하고 싶으면, 상대가 그렇게 할 때도 존중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직은 내가 혼자 자유롭게 뭔가 활동을 하는 건 좋지만 남자친구가 혼자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면 섭섭하고 싫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마음 수양을 좀 더 하고 그걸 이해해 주고 존중해 줄 수 있을 때, 혼자 자유롭게 활동도 가능할 거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린 해결책은 최대한 남자친구와 함께하는 활동에 집중해 보되, 나 스스로 뭔가를 강하게 해보고 싶을 때는 남자친구에게 잘 설명하고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한 번은 시도해 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하는 거다. 


결혼식에 대한 부정적인 남자친구를 설득하는 결혼식에 부정적인 나.

>> 남자친구와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드러나는, 서로의 근본적인 가치관의 큰 차이와 충돌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파혼까지 결심하고 남자친구에게 내 뜻을 밝혔다. 그게 사태의 심각성을 남자친구에게 각인시켰는지, 남자친구가 아직도 결혼식을 하기는 싫어하지만 그래도 하기로 결정한 결혼식에 협조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서 참 고맙다.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관계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서 상대에게 큰 상처로 남는 문제 해결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결혼식을 하면 좋은 근거를 잘 정리해서 말해주고, 거기에서 남자친구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감정을 너무 쌓아두어서 내가 나 자신의 감정을 무겁게 만든 것이 문제다. 싸움과 해결에는 스스로의 인내심과 여유,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내 마음의 뿌리 깊은 불신, 불안감

>> 이 부분은 최대한 상황을 바라볼 때, 내 감정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왜냐면 남성의 본능적이고 선천적인 부분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건, 관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면, (상황을 지켜보고 불안한 감정이 길게 남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특정한 상황에 남자친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느끼는 나의 마음이 어떤지를 가끔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남자친구는 내가 자신에게 강요하거나 질투하는 걸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할 말과 행동을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이런 모습이 상대에게 주체성과 존중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매력적인 이성에게 보이는 남자친구의 반응에서 느껴지는 내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 


관계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성격

>>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둘이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 대화를 통해, 내 남자친구는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가정환경, 그리고 현재의 경제적 문제 등이 폐쇄적인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가까운 사람들을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해 가는 데도 부담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친구가 말해준 부분에 나도 공감이 많이 갔기 때문에, 우선은 내가 배려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과의 교류도 내 편견이나 아집을 깨고 생각과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나도 그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조금씩 개선해 갈 수 있도록 함께 다양한 경험과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로 정리해 보니,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던 부분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고, 해결 방법도 정리가 됐다.

앞으로 서로 다른 두 남녀가 함께 삶을 꾸려나가면서 당연히 많은 문제가 생기겠지만, 이렇게 글로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고 대화를 자주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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