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파혼 위기에 결정한 급 1박2일 일본여행 1
무슨 일이든 계획이 틀어지거나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나지만,
결혼 준비가 이렇게 험난하고 변수가 예상치도 못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결혼식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분노가 치밀어 험한 말을 서슴치않고 던져버린 큰 싸움 후에 예랑이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화해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예랑이가 말했다.
"결혼식 미뤄야 할 거 같아."
결혼식이 두 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갑자기 식을 미루자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그만하고 헤어지자는 거야?"
극도로 불안감이 생기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지도 않고,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으로 생각하게 된다.
"헤어지자는 건 아니고, 지금 너한테 심한 말을 들은 상태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건 힘들어서 못할 거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화해가 어느 정도 된 듯했는데, 갑자기 어린애처럼 욕먹은 복수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아예 파혼을 하고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
근데, 정말 사람 피말리는 모호한 발언.
결혼식을 연기하자니...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예랑이의 발언은 다시 내 분노를 일으켰다.
근데, 결혼을 연기했다가 다시 결혼을 할 거라면 지금 거의 대부분의 준비가 다 되어가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거다. 그 지옥같은 경험을 나는 다시 처음부터 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도무지 평소 예랑이가 말하던 경제적 독립이나 자산을 늘리는 부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잠깐의 싸움 때문에(물론 예랑이는 다른 수준의 충격을 받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그것도 나혼자 고군분투하며 준비한 것들이 무너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슬퍼할 친정 엄마의 얼굴이 아른 거렸다.
하지만 예랑이는 그동안 보였던 모습 중에 가장 냉정하고 차갑고 단호했다.
도저히 휘몰아지는 격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 예랑이에게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결정하자고 하면서 나는 친정집으로 갔다.
그 사이에 드레스투어도 있었는데, 예랑이 없이라도 혼자 방문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엄마만 함께 하셨는데, 혼자 드레스를 입어보는 내 모습을 보는 안쓰러워하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는게 죄스럽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괴롭게 결혼식을 끌어오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자괴감에 빠졌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마음에 하나도 안드는 드레스들만 보여줘서 한 업체만 보고 끝내려고 했던 내 의지로 최종으로 고르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정에 온지 5일 정도 지났을 때, 생각이 정리됐는지 묻는 내 말에 예랑이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통화를 했는데, 결혼식을 연기하자는 말은 변치 않아 통화를 끝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같이 우셨던 친정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하다.
이렇게 친정에서 계속 지내면 결혼식을 준비하든 헤어지든 결론을 낼 수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왔고, 뭐든 하지않으면 감정의 극단적인 폭발이 행동으로 이어질 거 같은 위기를 느꼈다.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다보니 살기위해 이 우울감과 분노를 떨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해외 여행에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나 자신을 위해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P인 나는 3일 후 주말에 예랑이가 평소 많이 좋아하는 일본에 1박 2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헤어지든 관계를 이어가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신혼집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바라보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예랑이도 그동안 너무 답답했었는지, 좋아하는 일본이어서인지 여행을 싫어하는 그가 여행을 같이 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