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자국 Oct 10. 2024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다시 온 파혼 위기에 결정한 급 1박 2일 일본여행 2

결혼식 취소로 위약금이 더 드는 것보다 일본 여행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본여행이라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사이었던 우리가 일본으로 새벽부터 함께 떠나는 모습이 어이는 없었지만, 내 마음은 너무나도 설레기 시작했다. 

여행은 극단적으로 싸운 사이에서도 설렘을 주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새초롬하게 계속 삐쳐있던 예랑이의 마음도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았다. 

근데 문제는 내 몸 컨디션.

금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주말만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데다가 새벽에 출발하느라 수면부족에 여자에게만 주어지는 시련의 일주일이 시작되는 시기. 

그래서 나는 마음이나 몸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것이 우리 여행의 고난의 징조였던 것인가.


비행기가 일본에 착륙할 때까지는 냉랭했던 우리 사이에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안심했는데, 일본에 내려서 호텔로 향하는 길이 다시 싸움의 시작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해외 경험은 많은 편이지만 유일하게 조금 낯설고 거리감을 느끼는 나라가 일본인 데다가 일본어도 잘하지 못해서 일본어를 잘하고 좋아하는 예랑이에게 모든 걸 맡기는 여행이었는데, 일본에선 카드만 있으면 현금이 필요 없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갔던 게 공항철도표를 구입하는 것부터 고난의 시작이 됐다. 

거기다가 뭔가 한 발을 뒤로 빼고 있는 듯한 수동적인 그의 모습이 답답하기 시작한 나는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어찌어찌 공항철도표를 구입했다. 캐리어를 안 들고 가서 이미 내 어깨는 욱신거리고 배도 아프고 졸리고 피곤한데, 예랑이는 왠지 업돼보였다.

일단은 예랑이에게 여행을 맡기고 편하게 따라가려 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숙소로 가는 중간에 우에노역을 들러서 식사를 하자는 말에 잘 아는 줄 알고 따라 내렸는데, 내 촉은 빗나가지 않았다.

길은 복잡하고 그 사람 북적한 우에노 역과 공원 쪽을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 것이었다.

배가 아픈데 고프기까지 했다.

짐은 점점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와 함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해서 화가 나려고 하기에 조급하게 나는 구글지도로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그리고 손님이 많아 보이는 몬자야끼 식당으로 어찌어찌 찾아서 들어갔는데, 예랑이가 갑자기 냉랭하게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예랑이는 J인데 독특한 점이 말없이 마음속으로만 계획을 세워두고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은 채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삐치고 기분 나빠한다는 점이다. 

성격 나쁜 J 느낌.


본인은 일본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유튜브 풍자의 또간집 콘셉트로 재밌게 대화도 하고 현지인 맛집을 추천받으려던 의도였는데, 내가 막무가내로 식당을 골랐다는 게 화난 포인트라고 했다.

분명히 어깨가 끊어질 듯이 아파서 몇 번 말을 하고 빨리 식당을 찾아서 앉아서 쉬면서 먹자고 했던 거 같은데, 내가 너무 예랑이 기분을 생각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살살 말했던 이유였나. 

내 컨디션이 이렇게 안 좋은데도 본인이 생각한 그림대로 가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점점 분노가 일어났다.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졌고, 나는 활화산이 되어 폭발 직전의 상태가 됐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