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다시 온 파혼 위기에 결정한 급 1박 2일 일본여행 3

by 발자국

항상 마음속의 말과 계획을 정확하게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데에서 가장 큰 싸움이 번졌다.


가방보다 더 무거워지는 몸을 겨우 이끌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호텔로 향하다 보니 분노는 마음에 가득한데 폭발할 기운이 없었다. 여전히 예랑이는 투덜대면서 가다가 어느 정도 괜찮아졌는지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든 빨리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싶었던 나는 대답할 힘도 없어서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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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다시 삐친 예랑이를 뒤로 하고 숙소를 찾은 기쁨에 리셉션에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내 이름이 예약자에 없다고 했다.

당황하던 내 옆으로 예랑이가 와서 현란한 일본어로 대화를 했는데, 알고 보니 이름이 비슷한 다른 호텔이었다. 걸어서 20분 정도 가야 내가 예약한 숙소라고 했다.

갑자기 내가 위치를 잘못 생각해서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미안해서 예랑이한테 다시 마음을 풀고 대화를 하면서 걸어갔다. 예랑이도 지쳤는지 숙소로 가는 길에 다시 급다운 돼 있었다. 무거운 가방보다 더 무거운 침묵 속에서 드디어 예약한 숙소 앞까지 걸어서 도착했는데, 갑자기 오버를 하면서 일본 리셉션 직원들과 일본어로 대화를 길게 하는 예랑이를 보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안에 가득 차있던 분노가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꾹 참고 예약한 방으로 갔는데, 우리는 비흡연자인데 웬일인지 흡연실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때 정말 돌이킬 수 없이 기분이 심하게 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해외에 같이 와있고, 이게 우리의 결혼식을 할지 말지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 일단은 참았다.

저녁 식사를 하러 숙소로 걸어오면서 봐둔 우동집으로 향했다. 겨우 먹고 싶은 튀김과 우동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만 가능하다는 가게 주인의 말. 화해하려고 온 여행인데, 산전수전이 여행의 콘셉트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카카오페이로 결제가 되는 음식점이어서 결제를 하고 식사를 했더니 그나마 둘 다 기분이 나아졌다.

주변 산책도 하고 보이는 힙한 카페에 가서 차도 한잔하고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맛있는 일본 편의점 간식도 잔뜩 사서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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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숙소에서 서로 나누기 시작한 대화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서로 오늘 여행에서 섭섭한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예랑이가 늘 나는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결혼식부터 여행에서까지 문제라고 말했다. 아까 식당에서 자기가 현지인들 정보 듣고 찾아보려고 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보이는 음식점으로 들어간 건 정말 기분이 나빴다는 말.

나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쉬고 싶기도 했고 거기다가 결혼식까지 다시 언급하는 예랑이의 말과 태도에 그동안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분노가 제어가 안되고 분출되기 시작했고, 늦게까지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 나도 이젠 이 사람과 결혼식이고 뭐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1박 2일 여행에서 유일하게 함께 휴식을 할 수 있는 침대에서 서로 등을 차갑게 돌리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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