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내 이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세편집위원회 Jul 03. 2024

<138호>쓰레기 소화하기:연세대 쓰레기 탐험대,마지막

이야기. 편집위원 야자수

본 글은 연세대 쓰레기 탐험대의 마지막 르포다. 총 5개의 단체 (문과대학 자치언론 문우편집위원회, 사회과학대학 교지 연희관 015B, 중앙 교지 연세편집위원회,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가 연합하여 캠퍼스 내 쓰레기 배출 문제와 노동 문제를 제대로 톺아보기로 했다. 첫번째 글 <쓰레기를 찾습니다>(문우69호) 에서는 직접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쓰레기통 위치별 재활용 혼입률과 음식물 쓰레기 혼입률을 살펴봤다. 두번째 글 <쓰레기 따라가기> (공일오비20호)에서는 쓰레기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건물 뒤 적환장(폐기물 발생지와 최종처분장의 거리가 멀 때, 그 중간에 두는 집하기지를 말함)부터 대우관 뒤쪽 폐기물선별처리업장을 관리하는 (주)복천(이하 복천)까지 취재하고, 그 이후 캠퍼스를 떠난 쓰레기의 행방을 정리했다. 마지막 글 <쓰레기 소화하기>는 쓰레기를 둘러싼 본부/학생/노동자의 각자 난처한 입장을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학교는 쓰레기를 어떻게 소화할지, 특히 음식물과 일반쓰레기의 구분을 어떻게 소화할지 이야기한다.


캠퍼스 내 쓰레기 배출 과정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일반쓰레기통에 음식물이 혼입되어 버려진다는 점이다. 이는 연세대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문제이다. 음식물 혼입이 문제인 이유는 1)일반 쓰레기에 음식물이 섞이면, 해당 대학 생활폐기물 담당 선별처리업장 및 소각장이 쓰레기를 거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며 2)청소노동 부담이 가중되고 3)궁극적으로는 환경오염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생활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열소각처리 후 매립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음식물이 섞여 들어갈 경우 음식물의 수분과 염도때문에 소각 과정이 어려워지거나 매립시 침출수와 악취와 같은 환경오염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2]


캠퍼스 내 음식물 혼입문제의 원인으로 1)음식물 쓰레기통의 부족 2)학생들의 분리배출 의식 부족 등이 제시되어 왔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건물 내 음식물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만, 본부와 청소노동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 해답이 마냥 명쾌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학교 본부

지자체에서는 일반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가 혼합배출 되어 있을시, CCTV를 통해 무단투기자를 찾아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학교는 어떻게 되나? 누군가 일반 쓰레기에 엽떡을 봉지째 묶어서 버리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학교 본부는 ‘배달음식 금지’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글 <쓰레기 따라가기>에서 살펴봤다시피, 연세대학교의 쓰레기는 각 건물별 적환장(담당: 시설청소노동자)->대우관 별관 뒤쪽의 선별처리장(담당: 복천)->소각장을 따라 이동한다. 교내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선별처리장에서 일반쓰레기를 압축하고 그 무게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연세대학교는 폐기물 처리에 있어 ‘사업장’으로 분류되기에 학교가 처리비용을 부담한다. 허나 소각장에서 음식물이 섞여있는게 발견될 시, 소각장은 연세대학교 측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아예 쓰레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총무처 관계자는 “복천이 거의 봉사하다시피 우리 학교 쓰레기를 분류/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간 과태료가 부과된적 없다”라고 밝혔다. 


복천 관계자는 음식물과 일반쓰레기의 분리배출을 강조하며 “혼합 배출된 것이 수거운반 및 선별작업에서 터지면 업무가 힘들어지고, 이를 실수로 그대로 내보내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업체(처리장)과의 사이가 틀어진다”라고 말했다.


혹자는 학생회관 및 건물 내부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에 총무처 관계자는 ‘배달음식 금지 조항’과 ‘건물 내 음식물 쓰레기통 설치’는 모순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화여대의 경우, 건물 내 층별 음식물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수거통이 턱없이 부족해 잔반을 일반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수거통의 음식물 때문에 위생과 악취로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3] 건물 내에 음식물 쓰레기통 설치를 한다고 해서 음식물 혼입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소 노동자 

일반쓰레기의 음식물 혼입문제에 대해 단순히 ‘건물 내 음식물 쓰레기통 설치’가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노동자의 시점에서도 바라보자. 건물 내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학생들은 음식물 잔반처리를 더 잘하고, 노동자들은 묶인 엽떡 봉지를 다시 파봉하여 음식물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은 하지 않아도 되고,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까?


쓰레기 탐험대는 이 질문을 들고 관별 청소노동자 (과학관/과학원/제1,2공학관/위당/연희/ 교육과학/빌링슬리/외솔/대우/학생회관/도서관)를 만났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회의적인 답변을 들려주었다. 1)악취 2)벌레 꼬임 3)위생상 항상 통을 닦아야 한다는 점에서 건물 내 음식물 쓰레기통 설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4월 4일 열린 비공대위 정기간담회에서 한 청소노동자는 “지난 코로나때 공학원동에서 배달음식의 양이 부쩍 늘고, 이 때문에 여름에는 위생의 문제로 음식물을 하루 3번이나 걷어야 했다”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후 공문을 통해 사무실과 연구실에서 나온 음식물을 전용 종량제 봉투에 따로 버리도록 했지만, 그냥 버려졌다고 한다. 


물론 자체적으로 음식물 및 음료통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제공학관은 음료통과 음식물 쓰레기통을, 중도 1층과 교육과학관은 음료통이 설치 되어있다. 특히 교육과학관은 작년 학부생 주도로 조사를 나와 층별로 음료통과 거름망을 실험적으로 3~4층에 설치했고, 잘 진행되자 모든 층에 설치해둔 상태였다. 교과관의 경우 1층에 카페가 있어 다른 관보다 음료 일회용컵 배출율이 높지만, 분리수거가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건물 별 청소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음료와 음식물을 비우고 버려달라는 점을 당부했다.


1.건물 밖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기
2.불가능하다면 벌레 안꼬이게 약하게 묶어 쓰레기통 옆에 두기.쓰레기통에 넣게 된다면, 다른 쓰레기/통에 오염이 되어 처리과정의 어려움.음료가 쏟아지면 안에 있는 비닐과 신문지를 다시 깔고, 또 닦아야 함. 
3.음료는 세면대 말고 변기에.세면대에 버릴 경우 커피찌꺼기로 인해 막힐 수 있음.변기는 막히지 않을 정도의 작은 알갱이만. 특히 타피오카 펄 조심!
4.연구실의 경우, 커피원두가루는 비닐봉지에 넣어서 일반쓰레기로 배출.
5.세미나의 경우, 도시락 잔반처리에 대한 관리 필요.다량의 도시락이 쌓이는데, 이를 일일히 뚜껑을 열고 분류 해야 함.


학교 측은 공식적으로 건물 내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를 할 수 없는 실정인 데다, 청소노동자 또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학생

돌고돌아 결국 남은 것은 학생이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차라리 약하게 묶고, 쓰레기통 옆에 뒀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은 정말 묶지 않고 옆에 두는 게 최선인가? 이에 대해 쓰레기 탐험대은 전반적인 배출 과정에서 올바른 배출법을 실천하고 전체적인 쓰레기량 감소도 활동의 목표이지만, 쓰레기 처리 과정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알아보고, 이를 드러내고자 한다.


먹은 사람이 치우는 것은 어쩌면 가장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입장에서 불편한 지점이 있다. 어쩌다 시켜먹은 배달음식, 깨끗이 버리고 싶지만 처리과정에 불편한 게 많다. 다음은 학생 관점에서 바라본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선택지 회로이다. 일회용기 사용유무, 잔반유무, 잔반처리, 세척과정, 배출방식 총 5단계로 구성했다.

청소노동자의 업무를 가중시키거나, 환경오염 될 소지가 있다거나, 세면대나 변기가 막힐 소지가 있다면 모두 종료된다. 배달음식을 먹고, 음료를 테이크아웃잔에 시켜먹는 순간부터 수많은 선택상황을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각4단계에서 우리가 각각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어느 선택을 하든 환경오염 혹은 노동자 업무 부담 가중의 구렁텅이로 빠질 위험이 농후하다. 선택회로를 시각화 하면서 만들기 너무 복잡하다고 속으로 백 번 되뇌었다. (심지어 저 회로는 쳐내고 쳐내서 만든 버전이다) 그래서 필자는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귀찮아서 배달음식도 안 시켜먹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고도로 발달된 귀차니즘은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4]



#외부행사 쓰레기로 늘어나는 업무 부담. 노천극장 1일 대관료 2400만원의 수익, 청소노동자 한끼 식대 2700원은 그대로?


추가로 이야기해보고 싶은 지점은 외부행사에 따른 폭발적인 쓰레기 증가이다. 위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것만 강조할 수 없는 이유는 대학교 캠퍼스는 사업장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는 노천극장, 백주년기념관, 대강당 등 다양한 곳에서 외부 행사를 유치하여 대관료로 수익 (노천극장 유료 본행사 주말 1일 기준, 2400만원)을 창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분명 쓰레기를 버리는 주체가 학생, 대학원생, 교수 그리고 외부인까지도 포함된다. 여러 사람들이 캠퍼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학교 본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진1. 5월 19일 오전의 학생회관 앞 쓰레기통. 전날 노천극장에서 외부 행사가 열렸다.

주말에 외부행사가 열리면 월요일 새벽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업무부담은 과중되지만, 학교 본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들어주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는 1) 임금 300원 인상 2) 4년간 동결된 월 식대 12만원을 14만원으로 인상 3)명절 상여금 동결을 요구했지만,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임금 270원 인상 2)식대 동결 3)명절상여금 동결 및 후년도에 명절상여금과 식대에 관해 성실히 교섭할 것으로 조정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물가상승률 대비 실질 임금은 내려갔을 뿐 더러 3)의 경우 ‘권고’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절했고, 3월부터 점심마다 백양로를 행진하며 원청인 학교 본부를 상대로 쟁의를 하고 있다. 특히 식대 동결의 경우에는, 월식대가 12만원, 한끼당 약 2700원이다. 청소노동자는 학생과 교수들의 일상보다 일찍 청소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5시에 출근하여 아침과 점심을 학교에서 먹고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연세대학교는 대관료 수익으로 학교 운용을 하겠지만, ‘사업장’이라는 본질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임금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쓰레기 문제가 학내에서 논의되는 방식의 한계




사진 2. 학생회관(5/9일자)과 연희관(5/17일자)에 쓰레기통 근처에 붙은 경고문이다. 그들의 경고는 사적인 목소리로 전달된다



학내에서 해당 내용이 전달되는 방식은 1)학생회 단위의 안내 및 경고 2)학교 본부의 공문 3) 노동자들의 사적 발화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모두 일방향적으로만 소리치고 있다. 학내언론을 자처하는 연세지 또한 각자의 난처한 입장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글을 지면에 실었지만, 이 또한 일방향적으로만 말을 건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일방향적인 메세지로 전달하면, 개개인의 양심을 하염없이 바라게 된다.


캠퍼스 내 쓰레기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이 ‘공통의 합의’가 되기 위해 쓰레기탐험대가 출범했다. 연세지, 문우, 공일오비, 비공대위는 청활에도 참여해보고, 직접 쓰레기통을 뒤지고-따라가며 노동자를 만났다. 타 학교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는 건물별 주 사용자와 청소노동자과 만나는 간담회를 열었다.[5] 또한, 중앙대의 한 학생은 빨대와 컵홀더의 분리배출을 돕기 위해 종이박스에 “금속배트 오타니vs맨주먹 은가누”와 같은 재치있는 밸런스 게임을 활용하기도 했다.[6] 이는 올바른 분리수거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쓰레기 문제에 대해 환기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교가 쓰레기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에 관해 학생 개인차원의 아이디어부터, 자치단체들의 연합활동 그리고 학생회 차원의 간담회와 같은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학교 안의 쓰레기를, 체하지 않게 잘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의 장이 생기길 바란다. 


한학기 동안 쓰레기 탐험대는 건물별 쓰레기통 특이사항을 파악하며, 청소노동자를 만나고, 쓰레기의 여정을 함께 했다. 쓰레기 탐험대의 글은 마무리했지만, 우리는 2학기에 주거와 교육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제캠퍼스로 원정을 떠날 예정이다. 관심있는 사람들 또한 같이 떠나자.



각주

[2] 조선일보, “캠퍼스 내에선 음식물 쓰레기 어디에 버리나요?”, 2021.11.02.

[3] 이대학보, “캠퍼스에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이대로 괜찮은가”, 2022.09.19.

[4] ‘고도로 발달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라는 밈을 변형했다.

[5] 대학신문, “배달음식 전성시대, 캠퍼스에 배달음식 쓰레기가 쏟아진다”, 2021.09.05

[6] 뉴스펭귄, “중앙대 분리배출 이끈 ‘밸런스 게임’… 누구 아이디어?” 2023.10.30.

매거진의 이전글 <138호>사회혁신에 돌을 던져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