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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수 May 10. 2021

이상, 현실 그 이상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

 화살의 포물선 운동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 번째는 기원전 3세기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이다.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 운동을 시작한다. 화살촉이 화살 앞의 공기를 밀어내고 밀린 공기는 인접한 공기를 밀어낸다. 반복해서 공기는 공기를 뒤로 밀게 되고 결국 다시 공기는 화살의 뒤를 밀게 된다.       


 두 번째는 17세기에 태어난 물리학자 뉴턴의 설명이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수평방향으로는 등속도 운동, 수직 방향으로는 중력에 의한 등가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지면에서 시작한 물체의 운동은 최고점에 다다르게 되고 중력에 의해 다시 땅에 떨어진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뉴턴의 설명이 더 과학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뉴턴의 운동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즉 위 그림에 있는 식들에 초기 값들을 대입한다면 물체가 떨어질 지점과 최고점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더 가까운 지점에 떨어질 것이다. 왜 그런가? 바로 공기저항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기의 존재를 고려했고 뉴턴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이 뉴턴의 것보다 더 현실적이다. 다만 우리는 뉴턴의 운동 방식에서 공기저항에 의한 변수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낙하지점을 계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후 현실적인 변수들을 고려한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 너무 이상적이지 않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고 내가 가지고 살아가야 할 방향을 갖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께서는 방금 우리가 논의하고 건설한 가상 국가를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국가는 지상에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니 말예요."


그래서 내가 말했네.


"하지만 그 국가는 아마 본보기로서 하늘에 비치되어 있을 것이네.

누구든지 원하면 그것을 보고, 본 것에 따라 자신 안에 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말일세."

『 Politeia 』 -P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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