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1. 스파크플러스 서울로점
어릴 때 매일같이 회사에 출근하던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깔끔하고 격식 있었다. 빳빳하게 다린 셔츠에 먼지 하나라도 붙어 있으면 큰일 날 것만 같은 검은 재킷에 바지. 그래도 우리 아빠는 나름 멋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어서, 타이만큼은 형형색색으로 골라 매었던 거 같다. 어쨌든 나에게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그렇게 정장을 잘 갖춰 입은 사람이었다.
사회생활 5년 차. 면접을 볼 때를 제외하고 정장을 입어본 기억이 없다. 캐주얼 정장이니 세미 정장이니 그런 것도 거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캐주얼한 옷을 입어도 괜찮은 회사에만 다녀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고층건물이 빽빽한 곳에 정장을 입은 무리들을 볼 때마다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곤 했다. 괜히 내가 발을 들여서는 안 될 것 같은, 그 옛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던 아빠의 영역처럼.
예를 들면 광화문, 강남, 여의도, 종로, 서울역쯤이 그런 곳인데, 스파크플러스 서울로점에서 보낸 하루만큼은 그 고층건물 사이에서도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만 빛을 발할 것 같던 싱그러운 초록이, 오히려 흐리고 찡그린 날에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듯이.
스파크플러스 원데이 노마드 중에 제일 좋은 점은 역시 커피와 맥주가 무제한! 이라는 점이다. 공용으로 쓰는 이 귀여운 머그컵에 얼음 넣고 에스프레소 부어서 진하게 아침 열기.
서울로와 연결되는 유일한 복합문화오피스라는 말에 걸맞게 테라스에서 보는 풍경이 멋졌다. 고층건물들 사이에 아래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초록의 나무들이 한가득.
점심시간에 서울로를 따라 쭉 산책해도 너무 좋다는 매니저분의 말을 듣고 당장 밖으로 나갔다. 사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점심은 대충 건물 안에서 때울 생각이었는데, 그랬으면 무척 아쉬웠을 정도로 낭만적이었던 서울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다가 끝자락에서 외관이 몹시 마음에 드는 라멘집을 만났다. 라멘에 고흥유자가 들어가서 유자향이 솔솔.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고.
라멘을 먹고 나왔는데 그새 서울로 광장에선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독서하는! 도시 한가운데 보기 힘든 재밌는 풍경.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겠지.
서울로와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 긴 산책 후에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더라. 언제든 머리 식힐 일 있을 때 바로 밖으로 나가 산책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이제 날이 선선해지는데, 테라스에 앉아 맥주 마시며 일해도 좋겠고.
찜해두었던 빈백에 거의 눕+앉 중간의 자세로 하루의 마무리를.
스파크플러스 서울로점
주소: 서울역 근처 대우재단빌딩 5층 (서울로와 연결)
가격: 원데이노마드 (22,000원) 예약은 여기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