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3. 얼리브라운지
원래 자기 집 근처 명소는 본인이 제일 모르는 법이어서, 얼리브라운지의 얘기를 익히 들어는 왔어도 쉽게 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우리집이 성수동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가 성수동에 있다 보니 그렇다. 아니야,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실은 이 공간의 정체를 잘 몰랐다.
루프탑 요가를 한다고 하기에 '아, 요가원인가?' 싶었는데 또 이곳에서 회의를 했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실이나 카페인가?' 싶기도 했고.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여기서 쉬었다 가라고 길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잔 퍼주는 정겨운 옆집 같기도 하고. 궁금함을 이길 수 없어 기어코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인 이곳에 문을 두드렸다.
아, 여길 왜 이제 알았던가. 집중이 필요할 땐 집중하고, 바람이 필요할 땐 커피 한잔 들고 잠깐 테라스에 앉아 쉬면서 작업할 수 있다. 허리가 조금 아프면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비밀공간에 들어가 은은하게 조명을 조절해놓고 마음껏 쉬다 가면 된다.
1인 창작자에게 이만한 공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한 달 이용권 하나로 성수동 얼리브라운지 뿐만 아니라 이태원 브루독 등 새롭게 오픈할 공간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니. 정말 이 가격으로 운영이 가능하신 거냐고 매니저님에게 열 번은 족히 물었을 정도로 믿기 힘든 서비스다. 이런 거실이라면 매일 나와 있어도 좋겠다.
대부분의 코워킹스페이스가 그렇듯 얼리브라운지에서도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데, 테라로사에서 원두를 공수해 쓰신다고 한다. 얼음도 준비되어 있어서 정신 차리고 싶을 땐 아이스로 촵촵 마셔주면 더 좋고.
그리고 다른 것보다 이 파운드케이크... 신사동에 있는 파운드 앤 파이에서 가져오신다는데 말차 파운드 먹고 커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행복해서 눈을 감아버렸을 정도. 집중하는 공간에 있어서 큰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여러 번 소리 질렀다. 요 케이크는 사서 먹어야 하는데 얼마라도 드리겠어요... 결제는 앱에서 편하게 할 수 있다. 움직일 때마다 지갑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사용자를 배려한 설계라는 게 느껴졌다.
얼리브라운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그래서 집중공간, 공유공간, 테라스가 적절히 나누어져 있어서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일하기 좋겠더라. 하루 종일 같은 곳에 있어도 질리지 않는 느낌! 콘센트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가방 놓는 바구니나 담요도 곳곳에 세심하게 비치되어 있어 이것저것 묻지 않아도 혼자 편하게 일할 수 있다.
공간 설명을 듣느라 매니저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앞으로 두 군데가 더 오픈될 예정인 데다 하나의 멤버십으로 모두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아, 더 좋은 건 맥주를 판다는 사실인데. 성수동에 유명한 수제맥주집 어메이징 브루어리에서 성수동 페일에일을 가져오신다고.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으니까. 시원하게 한잔!
탁 트인 공간에서 가끔 하늘도 보고 노래도 듣고 맥주도 마시다가 집중할 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여기가 특히 마음에 들 것 같다.
얼리브라운지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88 노벨빌딩 5층 (뚝섬역, 서울숲역 근처)
가격: 1일 (15,000원) 예약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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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