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새콤, 달콤한 여름의 맛
아 정말 덥다. 오늘 점심은 뭘 해 먹을까 고민이 앞선다. 날이 더우니 불 앞에 오래 서있기는 무리니까 최대한 불을 안 쓰면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적은 메뉴를 생각한다.
여름은 '화(火)'의 계절이라, 빨간빛을 내는 식재료를 먹기 좋은 때다. 마침 냉장고엔 방울토마토가 한가득. 찬장을 뒤져보니 파스타면이 딱 1인분 만큼 남아있다. 그래, 오늘은 냉파스타를 해 먹자.
소스를 준비하기 전에 먼저 냄비에 물을 올리고 올리브유와 천일염을 넣어 불을 켠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배고프니까.
냉장고에서 주재료인 방울토마토를 꺼내 깨끗이 씻고 꼭지를 떼 믹서기에 넣어둔다. 냉동실에 넣어둔 간 마늘 조금 더하고, 양파 초절임이 있어 함께 넣는다. 간장과 양파를 따로따로 넣어도 좋다. 레몬즙을 넣어야 하는데 없으니 이를 어쩐다. 초절임에 식초가 조금 들어가 있으니 신 맛이 조금 첨가는 됐겠는데... 아, 냉장고에 깔라만시 원액이 보인다. 레몬즙보다 훨씬 시니까 아주 조금 쫄쫄 따라 넣는다. 상큼한 맛은 이쯤 하면 됐고.
역시 여름엔 매운맛이 필요하니까 페퍼론치노를 네 개 더하고, 고춧가루도 약간 푼다. 생강가루도 톡톡.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몸이 너무 찬 것도 좋지 않으니 열을 더해주는 일이다. 불 없이 그냥 믹서에 갈기만 할 거니까 꿀도 크게 한 스푼 더하면 재료 준비는 끝. 믹서에 시원하게 갈아준다. 너무 뻑뻑하게 느껴진다면 물을 조금씩 더해도 좋지만, 이따 기름도 쓸 거고 파스타에도 수분이 있을 테니 일단 그대로 갈아본다. 살짝 맛을 보니 싱겁다. 소금을 조금 더하고 후추도 약간 뿌린다. 한번 더 휘리릭 갈아 맛을 보니 이제 됐다. 잘 갈린 소스는 잠깐이라도 더 시원하게 하려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팔팔 끓는 물에 파스타면을 넣고 설설 젓는다. 찬 물에 헹굴 거라 덜 익으면 끊기는 맛이 있어 웬만하면 푹 익히는 게 좋다. 매운 걸 중화해주는 게 있으면 좋겠는데. 냉동실에서 새우만두를 꺼내 면이 든 냄비에 같이 넣어 삶는다. 그러는 동안 냉장고에 자고 있던 상추와 깻잎, 오이를 꺼내 채 썰어두고 방울토마토도 반씩 자른다. 그러는 사이 면과 만두가 잘 익었다. 만두는 접시에 따로 두고, 면은 그대로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열기를 완전히 빼고 큰 바가지에 툭. 냉동실에서 소스를 꺼내 붓고 채 썰어둔 야채를 넣고 들기름 약간 부어 비빔국수 하듯 손으로 슬슬 무친다. 접시에 잘 담아 준비 끝.
아, 됐다. 포크로 돌돌 말아 입에 넣으니 시원하면서 새콤, 매콤하다. 매콤함이 좀 올라올 때 만두를 베어 무니까 통통한 새우살이 바로 씹힌다. 좋은 선택이었지.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우고 거실 바닥에 대자로 드러눕는다. 이마 위로, 부른 배 위로 더운 바람이 솔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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