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해외주재원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에 종합상사 지정제도의 실시와 건설업의 중동진출이 국내기업 해외진출의 출발점이 되면서 정부는 만성적인 외화부족의 해소와 국가경제의 발전을 목표로 수출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게 됐었다. 이에 삼성, 현대, 효성, 대우, 선경, 쌍용 등 당시 굴지의 대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게 되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화 정도는 매우 낮았고 외환사정도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해외주재원으로 파견된다는 것은 선택된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해외주재원은 선망과 동경의 대상으로서 그 자체가 회사 내의 인센티브나 보상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매력은 국내 근무자보다 높은 임금과 수당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유능한 직원으로서의 인정과 함께 미래의 승진과 도약의 디딤돌로 인식될 수 있었다.
2000년대 해외근무 매력 반전되기 시작
하지만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해외 현지법인과 그 주재원의 수는 증가하였고 동시에 해외근무에 대한 매력이 반전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근무 기회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해외근무 경력이나 해외 체류경험을 지닌 직원 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등 이들이 조직 내에서 해외근무의 장점이나 혜택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해외주재원의 근무 지역과 산업군 또한 이전과 달리 다양화 되었으며, 2010년도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 진출하지 않았던 제3세계와 이전에 진출이 전무하였던 산업군으로 다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4세대 주재원이라 불리는 현재 주재원의 직무는 과거와 더욱 달라졌고, 직무의 구분을 최소화하여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요구받게 되었다. 기업의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자원의 유입은 잠재적 주재원 풀 구성을 이전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삶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잠재 대상의 자발적 정도와 개인의 중요가치 포기는 과거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ing)을 중요가치로 여기는 현 세대의 주재원은 주재 중 또는 귀임 후 적응을 못해 조직을 이탈하는 비율이 최대 50%까지 이른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실례로 얼마 전 만났던 L기업의 미주 귀임주재원은 본인이 처음으로 이직하지 않고 귀임한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위기와 저성장 그리고 FTA확대와 무역전쟁의 현 상황은 우리기업의 생산거점과 판매거점의 해외 이전을 촉진시키고, 이들을 고객으로 두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중소협력업체들 또한 새로운 고객을 찾아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추기고 있다.
파견지역의 다양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제3세계와 전 산업분야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의 총수들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미래 사업모델을 찾으라고 조직과 주재원들에게 계속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해외 시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거나 세련된 도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쇄빙선을 타고 영하의 극지방을 탐험하거나 인류가 개발한 모든 종류의 예방접종을 자신의 몸에 투여하는 등 보통의 직장인의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급지수당이 생명과 위험을 얼마나 보상할지는 모르지만 내전과 테러 및 납치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지역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재원은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리, 뉴욕, 북경 등 세계 경제의 중심 도시에서의 주재원의 활동도 마치 원정 온 국제 스포츠 경기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된다.
그 만큼 주재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는 다른 환경여건에서 활동한다.
또한,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눈 여겨 봐 왔다고 하더라도 현지 또는 해외시장에서의 사업타당성 조사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른 진입장벽 분석과 해결책 구상도 주재원에게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남미지역의 경우 유럽과 미국의 수입품을 오랜 기간 사용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일본의 토요타, 혼다 또는 소니 등 일본계 브랜드가 대중에게 먼저 소개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 소비재 또한 중국과 인근 남미국가들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판매하려는 제품과 상품에 대한 거래선 설득이 쉽지만은 않다.
과거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국가별 통계적인 변수, 예를 들어 소득, 직업, 연령 등에 의해 시장을 분할하여 표적시장을 선정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구매패턴을 보이는 고객군, 일명 글로벌 고객을 발굴하여 만족시켜야 한다. 국가와 국가 사이 또는 문화와 문화사이 즉, 미국이나 한국 또는 유럽국가 사이에 비슷한 소비패턴이나 문화패턴을 보이는 고객 집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절적 공통성, 의류시장이나 자동차 시장의 경우 비슷한 선호도와 구매패턴 등을 보이는 고객군과 문화권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을 살펴보면 유사한 패턴이 종종 발견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들은 현지화를 이해하고 매우 오랜 시간 그들이 규정한 현지화를 실행해 왔다. 자국의 기본 생산제품에 추가 라인을 깔거나 약간의 번외 제품을 생산하여 현지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후진국이라 인식했던 국가도 우리보다 글로벌 지수가 높은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에 따라 주재원은 다양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각 현지 시장의 보고를 받은 본사는 현지의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재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왜냐하면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현지 및 다른 해외지사에서도 일치하는지 면밀히 검토된 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반영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