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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Oct 29. 2023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 있을 것이라는 착각

525 항상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필요 없습니다

눈앞이 캄캄하다

상투적이지만 저 표현 밖에 없습니다. 제가 가장 떨었던, 그래서 망쳤던 대학 면접 때 이야기입니다. 오랜 기간 한 가지 목표를 보고 달려온 저는, 그 마지막 관문에서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면접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무슨 대답을 한지도 모른 채 면접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런 경험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하는데, 다행히 저는 저 일을 겪은 이후부터는 왠지 허들을 하나 넘은 것처럼 웬만한 발표를 할 때 긴장을 크게 안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시점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은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은 사실 무섭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고 더 무서워졌죠. 제 기억에 아직도 개똥녀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사건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무섭다고 느낀 첫 기억입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인민재판을 하고 있죠. 이런 현상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효과보다 훨씬 더 큰 부작용을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인민재판들을 봐왔지만 지금 기억나는 것은 강렬한 첫 번째 기억밖에 없습니다. 기억을 떠올리면 조금 더 기억이 나겠지만,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 이슈에 치열하게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금은 다른 이슈에 몰입해 있겠죠. 이슈가 있고 난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도 않습니다.


지하철에 친구와 탓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뚱뚱해 보이는 여자가 어울린다고 보기 힘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해외를 나가면 그보다 훨씬 뚱뚱한 여자가 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작은 목소리로 그 여자를 흉보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이성적이고 특이한 친구가 아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런 광경을 보면 오히려 같은 여자들이 더 흉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조금 생각해 보니 그 여자가 참 마음이 아프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내 흉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패션 센스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나를 못생겼다고도 생각할 것입니다. 외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죠. 제가 하는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할 모든 생각을 저는 통제할 수도 없고 그들에게 맞출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흉본 사람 중에 그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고 조심하는 자세는 필요하겠죠. 하지만 죽일 것처럼 특정인을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관심이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오지랖은 넓지만 타인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을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크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실수는 하룻밤 이불킥을 하면 그만입니다. 남의눈이 두려워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장 생활이 10년을 넘어가자 가끔 면접관이 되기도 합니다.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예전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 친구가 너무 긴장하여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으면 일부러 농담을 하고 쓸데없는 걸 물으며 긴장을 풀어주려 하게 되더군요. 면접관이 되어보니 과거 제가 참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니 일도 더 자신감이 생기고 삶도 더 잘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남에게 보이는 부분보다 내면으로 관심이 돌리게 되니 과학과 철학에 관심이 높아지고,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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