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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Apr 06. 2024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 없을 것이라는 착각

533 무관심한 타인의 눈은 의외로 정확하다

저는 업무 특성상 외국인과 접점이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주로, 사실 전부 을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과 업무를 해본 결과, 그들은 그들도 갑질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말하는 갑질과는 스타일이 좀 다를 뿐이죠.


예전 프로젝트에서 제 카운터 파트너는 매우 까다롭고 공격적인 인도인이었습니다. 제 상사도 그 친구와 이야기하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벽창호 같은 캐릭터였는데, 제가 그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습니다. 상사는 그 친구에게 소위 잡아먹혀서 뭐든지 다해주고, 정보도 유출시키고 해서 친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친구 방에서 둘이 미팅하는 것을 지나가다 본 상사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저와 그 친구는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싸우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싸우고 나서 좀 있다가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영업이나 의전 잘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저는 항상 발주처와는 잘 지내는 편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망해도 말이죠. 그 이유는 사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제가 절대로 발주처에 'Sir'를 붙이지 않는 것이 떠오릅니다. 발주처가 어떻게 겁을 주든지 간에 서로 비지니스 관계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프로페셔널하게 인식되어 함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 남들에게 얕보일까 봐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당당하게 웃으면서 항상 이야기를 하니 발주처에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소한 태도 차이가 상대방에게 꽤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편이지만, 저는 영어 이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영어이름을 쓰고 있지만, 저는 그런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외국인도 우리와 비지니스를 할 때 한국이름을 쓰는 경우가 없고,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의 거의 읽을 수 없는 수준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굳이 영어이름을 만드는 경우는 못 보았기 때문입니다. 발음이 어려우면 이니셜로 불러도 무방하다 말했지만, 오히려 저를 존중하는 외국인은 발음이 어려워도 최대한 제대로 부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타인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지 않습니다. 때문에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에야 나의 몇 가지 태도와 인상으로 나를 평가하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의 작은 태도 하나가 큰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유별난 발주처가 하도 저에게 뭐라 해서, 저는 "내가 우리 회사에서 이 분야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다.(아님)"라고 말을 하며 기세를 눌렀는데, 이후 저를 대하는 게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본인이 윗사람을 설득하며 제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뛰어난 친구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상사를 설득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신경이 쓰여 심하게 자기 검열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 남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자주 겪는다면 자신의 행동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눅 든 모습, 화가 난 듯한 표정 하나를 보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평가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에도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예리한 그 눈은 의식한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의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저절로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사람들의 눈은 꽤나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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