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직장인 Jul 06. 2024

13월의 월급?

너, T발 C야?

연초에 소득공제 결과가 나오면 신기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돈을 뱉어내는 사람들은 분노를 하며 허탈해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은 즐거워합니다. 심지어 공돈이 많이 생겼으니 한턱 쏘라는 말에도 흔쾌히 응하기도 합니다.




사실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세금은 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과하게 세금을 떼간 사람들에게는 돈을 돌려주고, 적게 떼간 사람들에게는 돈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냉정하게 돈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캐시 플로어의 손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계산하면 손실입니다. 물론 이자비용 자체는 매우 작은 사람이 대부분일 테지만, 손실을 보았음에도 기분이 좋다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재산을 훔친 원수는 용서하지 못한다.


마키오벨리의 군주론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돈을 가져가는 데에는 민감하지만, 조금만 단계가 추가되면 그만큼 급격하게 둔감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음에도 번 돈을 부당하게 가져간다는 생각 때문에 종부세를 반대하고, 상속하거나 받을 돈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상속세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기업에 지원 혹은 회생을 명목으로 수십억, 수십조의 지원과 혜택을 주는 것에는 무감각합니다.




사람들이 그만큼 경제를 몰라서 그런 행동 패턴이 나오나 싶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 투자 붐이 생긴 후, 평범한 직장인들도 투자를 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위 되팔렘(어떤 물건을 구매한 다음 구매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라는 은어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의 투자 범위는 늘어났습니다. 레버리지라는 말이 알려진 후에 평범한 많은 직장인들이 과감하게 대출을 받기 시작합니다. 대출은 무조건 꽉 채울수록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레버리지는 대출을 받아서 투자 전체 금액을 늘림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개념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1억 원 일 때와 10억 원 일 때는 수익의 규모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 개념은 맞습니다. 하지만 전제로 깔고 있는 '수익률이 이자율을 넘어갈 때'라는 당연한 전제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를 합니다. 투자 수익률도 대출 이자는 생각하지 않고 빨간 화살표가 뜬 주식만을 보고 기뻐합니다. 심지어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는데도 대출을 갚지 않고 이율이 훨씬 낮은 적금을 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의 이유를 찾아보니 '자신의 자산을 보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분석을 보았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아주 단순한 계산마저 틀리게 만듭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더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을 살 때 최저가 정보, 할인은 엄청나게 따지면서 투자는 무모할 정도로 과감합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투자를 할 때 Risk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회사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 달에 몇백을 벌 수 있는데, 투자에 대한 공부와 고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대박만을 바라기만 합니다. 막상 많은 돈을 날려도 당장 며칠간 번 돈에 기분이 좋아지며 정신 승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회사에서 난다 긴다 하는 주식 투자자와 이야기할 때, 정작 누적 수익률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돌아다니는 소문은 대부분 대박 난 투자 얘기만 있습니다. 마치 멋진 모습을 전시하는 인스타그램처럼 말이죠.


사실 인간의 이런 감정적인 모습이 모든 투자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인간이 냉정하게 투자를 한다면, 최고의 투자자는 컴퓨터나 AI가 될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테마주를 따라가고, 뻔히 미래가 보이는데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인간의 예측할 수 없는 투자 패턴은 어떤 공식도 무력화시킵니다. 코인이 뜨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인간이 이성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코인 투자는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코인은 투자자를 계속 모집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다단계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다단계나 코인이나 혹해서 달려드는 사람이 많은 이상 코인이 꼭 망한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수학을 싫어했습니다. 그나마도 억지로 공부하던 학창 시절에 비해 사회생활을 하는 관련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더 능력이 퇴보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익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 중에는 분명 계산을 잘 못해서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행동의 이유로는 감정과 인지부조화 등 여러 가지 비이성적인 요소가 개입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내 계산이 틀렸고, 내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성적으로 인정하고,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선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 식용 금지법, 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