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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Aug 06. 2022

일곱번의 이직, 이번 정거장은 대학원입니다

여덟번째 정거장


처음부터 조각경력으로 살 작정은 아니었다

10년간 국내외로 일곱 군데의 직장을 옮겨다니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그동안의 내 커리어를 쭉 써내려보는일이다.

나름의 인생계획을 세우는 그 행위의 언저리에는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어서 한곳에 정착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될까 라는 한숨과 고민이 담겨있다.


첫 직장이었던 병원에서의 매운맛 인턴생활을 마치고 우연한 기회로 간 1년여 간의 장기해외봉사를 통해 국제보건 활동가로 살고 싶다는 꿈이 마음 속에 생겼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그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목표를 위한 빌드업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사실 그 어느 한 곳도 내가 못버텨서 나온 곳은 없었다.

내가 일하는 보건 분야는 계약직이 천지삐까리였고, 그것마저 경쟁이 꽤나 치열하기 때문에 계약직이니 정규직이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내 인생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걸까?

계약기간이 끝날만하면 찾아오는 이력서와 면접이 큰 스트레스가 되진 않았다.

계약직을 뽑는 마당에 회사에서도 뼈를 갈아넣겠다는 지원자는 부담스러울테니,

나도 적당히 내 꿈과 그 과정의 접점에서 너네 회사를 만났는데 나 2년간 써먹기엔 꽤 쓸만해 라는 뉘앙스를 전달하면 오케이였다.


하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주변 친구들과, 매번 요즘은 어디서 일해? 를 묻는 지인들과의 대화 등등은 아무리 꿈으로 무장한 나라도 그래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있을것 같은데? 라는 질문으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마지막 종착지를 찾기 위해

이제는 한군데 정착하고 싶었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더 이상 언젠가 떠날 사람의 마음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 경험은 해볼만큼 해본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것 같았다.

언제까지 ‘열심히 배워서’라는 말을 이력서에 쓸 순 없었고, 왜 나는 아직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가 하는 의문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젠 대학원에 가야한다 였다.

풀타임과 파트타임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파트타임은 정말 수업만 듣고 돈내고 학위를 따는 꼴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답은 풀타임이었다.

전문성 뿐만 아니라, 커리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학위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백프로 옳은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 선택을 입증하는 노력과 과정이 있을 뿐이다.

내 생에 가장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결정이었던 대학원이라는 선택지가 옳은 선택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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