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것을 쓰고, 읽고 싶은 것을 읽기
대학원 생활과 연구에 대해 쓰겠다고 호기롭게 브런치 작가로 출사표를 내던졌는데,
몇 편의 글을 쓰고 소식이 뜸 했던 것은 사실 게으르다는 말로 퉁치기엔 좀 억울한 부분이 있다.
근 2주간 세미나 발표 준비 때문에 밤 10시에야 겨우 퇴근하며 시달리는 생활을 반복했고, 연구실에서도 이런저런 트러블이 있었다.
과연 2학기에 등록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고,
그런 분노의 마음을 글쓰는 자리에 까지 가져와 대학원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진 않았다.
전체적인 목차는 구성해두었지만 이런저런 소재로 몇 줄 써내려보다가 도저히 더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쓰고 싶지 않을 때에도 써내려가야 할텐데.. 역시 아직은 아마추어구나 싶었지만, 아직까진 나에게 글쓰기는 힐링의 도구이지 마감일이 있는 연재노동자는 아니기에 괜찮다.
대학원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길 때 너무 늦지않게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책 읽기도 글쓰기와 같은 처지에 놓여져 있다.
한동안 무슨무슨 지식인병(?)에 걸려서 그럴싸하게 멋지고 어려워보이는 책만 골라 읽었더랬다.
노화의 종말 이라던지,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이라던지..
물론 이런 책을 읽을 때 흥미롭게 읽혀질 때도 있지만, 독서의 시간에 까지 대학원 강박증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고문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또 하나 다짐한 건, ‘읽을 때 즐거운 책을 읽자’ 이다.
사실, 책이 왜 꼭 유익해야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유익함의 기준은 무엇으로 세운 것일까? 대학입시에 유리한 책? 어디가서 똑똑함을 뽐낼 수 있는 책?
대학생이 읽어야하는 책 100선 같은 것들 때문에 독서는 자신과 맞지 않다고 일찍이 단정지어 버리는 사람이 유독 많은 거 아닐까 생각한다.
당최 작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는 기괴한 소설도, 발끝이 짜릿해져오는 야한 소설도, 모두 책은 책일 뿐이다.
꾸준히 읽고, 꾸준히 쓰되
제게 기쁨을 주는 것들 위주로 읽고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변명이 길었는데요, 대학원생 이야기를 기대해 주신 있을지도 모르는 독자(?) 분들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늦지는 않게, 늦깎이 대학원생 우당탕탕 생존일기 도 이어 나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