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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09. 2024

역주행의 딜레마

역주행과 새치기는 다른 것일까요?

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퇴근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조트 체크아웃하러 로비로 가는 길.


이 세 가지 상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만원입니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기다리거나 vs 역주행 하거나’




역주행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자기 합리화)는 한결같습니다.

기다리다 보면 아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으니, 역주행을 해서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논리에는 본인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우선이고, 본인의 역주행으로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것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역주행으로 인해,

안 그래도 혼잡한 엘리베이터가 더 혼잡해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3가지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음주운전, 흡연, 역주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음주운전은 법적으로 해서도 안되고,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흡연은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고, 개인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합니다.


하지만 역주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애매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주행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새치기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치기하는 사람을 보면 분개하고,

신고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역주행에 대해서만은 본인들에게 관대한 경향이 있습니다.

약간의 부끄러움만 감수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할 수만 있다면,

빨리 사무실에 돌아갈 수 있고,

빨리 퇴근할 수 있고,

빨리 체크아웃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주행이 옳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역주행은 새치기와 같은 효과로

모두의 효율을 저해합니다.

막히는 길이라고 새치기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꽉 찬 상태로 온다고 역주행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되려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역주행을 하면 올라갈 때에도 층층마다 서게 되고,

내려올 때에도 층층마다 서게 됩니다.

결국 엘리베이터의 효율을 더욱 나빠지게 됩니다.





(번외 글)

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vs

퇴근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 vs

리조트 체크아웃하러 로비로 가는 길

중 가장 역주행이 심한 곳은 어디일까요?


위 글을 리조트 체크아웃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40분 넘게 기다리며 쓴 경험을 생각해 보니,

리조트 체크아웃하러 로비 가는 길의 역주행이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리조트는 11시까지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는 시간적 강박감이 있고,

주변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면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역주행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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