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보다 위세높은 가마꾼
고위 정치인이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좋은 일로 방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에는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회사 출입문제를 두고 보좌진이 회사 임원에게 소리쳤습니다.
“뭐 하시는 거예요? 국회의원을 막는 게 말이나 돼요? 임원 말고, 사장 나오라고 그래!”
얼마 뒤, 의전 문제로 다시 고함이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보좌진이었습니다.
“뭐 하는 거야! 저 위까지 차를 세워도 되는 거잖아! 이렇게 할 거야? 이러면 국감에서 재미없을 줄 알아!”
뒤에서 지켜보던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괜찮으니깐 그만하시게.”
아직 분이 삭히지 않은 보좌진은 씩씩거렸지만,
국회의원의 한 마디에 뒤로 물러났습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리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그 표현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재미없을 줄 알아!”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뉴스를 틀면 수많은 정치 기사가 화면에 나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국회의원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정승보다 정승 가마꾼의 위세가 대단하다.‘라는 말을 접한 기억이 납니다.
정작 정승은 대접받으려는 생각도 없고, 위세를 부릴 생각도 없는데,
가마꾼만 본인이 정승이라도 된 마냥 위세를 부리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재미없을 줄 알아’라고 말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은데,
국회의원 보좌진이 언론을 포함한 수십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큰소리를 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언론에는 회사가 잘못해서 국회의원이 항의 방문했다는 재미없는 기사만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