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원작소설이 '액스(THE AX)'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와는 또 다른 몰입도를 느끼게 해 준 '액스(THE AX)'의 기억하고 싶은 글과 느낌을 적어봅니다.
1) 기술자들은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죠. 멍한 기분으로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살아남고, 성공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한 가지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이겁니다. 아무도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도 우리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는 것. 일자리와 봉급과 중산층의 멋진 삶은 권리가 아닌,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전리품입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하죠.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야.' 당신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당신에겐 기술과 의욕, 두뇌, 재능, 그리고 신이 선물한 개성이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이용해 그 전리품들을 쟁취할 것이냐는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P.39)
2) 민주주의의 밑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목적으로만 리더들을 지지하는 것 말이다. 그런 이유로 항상 흑자를 내고, 주주들에게 두둑한 배당액을 보장하는 우량 기업들이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그래서 임원들의 백만 달러, 천만 달러, 2천만 달러짜리 보상 패키지를 보장하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다. (P.66)
3) 컴퓨터가 도입된 후로는 중간 관리직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물론 그 단계에 약간의 인력이 필요하긴 하다. 컴퓨터를 다루고, 특정 작업을 맡아 처리해 줄 사람들. 하지만 수백, 수천 명의 관리자는 너무 많다. 나 같은 사람들.
컴퓨터가 우리 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회사가 기록적인 흑자를 내고 있는데 내가 왜 해고당해야 하지? 다들 그렇게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컴퓨터는 우리를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어놓았고, 부담 없는 합병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게다가 우리가 빠짐으로써 회사는 더욱 탄탄해졌고, 배당률과 투자 수익은 높아졌다. (P.81)
4) 정리 2. (땅에서) 삼림, 낡은 집, 거주자 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개척하는 것.
역사가 승리자에 의해 쓰였다는 증거 중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생각해 보라. 쉼표가 하나 빠졌더라면 '거주자'는 '등'에 포함됐을 것이다. 지금 인원 삭감이라는 정리를 마구 해대고 있는 것은 그 지주들의 후예들이다. 실제로 그들의 후예들도 있을 것이고, 영적인 후예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그 책상이 마음에 드는가? 당신이 회사에 목숨 바쳐 충성하겠다고 맹세했으니 회사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건 당신의 책상이 아니다. 그러니 빨리 정리하라. 그 자리를 또 다른 양에게 넘기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걸 주인이 깨달았으니. (P.198)
5) 우리는 바다 한복판에 떠 있다. 우리가 탄 뗏목은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해안에 다다를 때까지 뗏목을 잘 몰고,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공급하는 건 내 임무다. 내 자리를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만약 그 노력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냉정하게 만들었다면 그건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 내 노력이 지나쳤던 것이다.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건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이제부터는 긴장을 풀어야 한다. (P.218)
6)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일자리와 동일시합니다. 데보레 씨. 마치 사람과 일자리가 동일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직장을 잃으면 그들은 마치 스스로를 상실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존재 가치의 상실.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좌절감 말입니다. 그렇게 자학이 시작되는 겁니다." (P.252)
7) "그들이 앗아 간 건 내 인생입니다. 내가 아니고요. 그들은 내게서 융자를 갚을 능력, 아이들을 돌볼 능력, 아내와 좋은 시간을 보낼 여유를 앗아 갔습니다. 직장은 직장일 뿐입니다. 직장은 내가 아니라고요. 퀸란 씨, 지난 5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압니까? 한때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온 동료들이었습니다. 나랑 같이 해고된 수백 명의 직원들 말이죠. 우린 항상 그 신뢰를 앞세워 함께 싸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내 적이 됐습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는 관계가 돼버렸으니까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카운슬러들은 절대 이런 얘길 하지 않죠. 우리가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것. 더 이상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 (P.252~253)
8) "경쟁을 피할 순 없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선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가 상대보다 낫기를 기도하는 것뿐입니다." (P.255)
9) 압도적인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아마 내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새 일자리를 찾게 돼도 같은 기분이 찾아들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세상이 뭐라 하든 끝까지 결연하게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 나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P.270)
10)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내 목적과 목표는 간단하다. 나는 내 가족을 잘 돌보고 싶다. 이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되고 싶다. 내가 가진 기술을 유용하게 써먹고 싶다.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떳떳하게 생활하고 싶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결승점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CEO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미안한 마음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P.326)
영화 '어쩔 수가 없다', 책 액스(THE AX)'를 읽으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영화와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세대는 IMF를 겪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직장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직장인들은 직업을 잃었고, 가족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현대사회는 IMF와 같은 시기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AI의 등장과 함께 많은 일들이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직장을 잃고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끼리 더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겠지요.
액스(THE AX)의 주인공 '버크 데보레'는 제지공장의 관리자였습니다. 그가 다니던 회사 '할리온 밀스'는 합병 후, 캐나다로 공장 설비를 옮기게 됩니다. 그로 인해 그는 직장을 잃고 실업자가 됩니다. 구직을 원하는 실업자는 많고, 취업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인 상황. 그는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경쟁자들의 이력서를 직접 받아보는 전략을 취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보다 경쟁력 있는 구직자들을 살해하는 위험한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으로는 본인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현직 관리자를 살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나는 내 가족을 잘 돌보고 싶다. 이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되고 싶다. 내가 가진 기술을 유용하게 써먹고 싶다." 모두가 내 가족을 잘 돌보고 싶어 하고, 사회에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다만 그것을 쟁취하는 방법이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라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내가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과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후자는 보통 야생의 동물 세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일찍 제거하고 안정적인 상황을 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사회는 다릅니다. 살인은 범죄이고,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THE AX의 주인공 '버크 데보레'의 말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에게도 소중한 가족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경쟁자들을 제거하도록 만든 사회 환경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과 자신이 익숙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본인을 탓해야 합니다. 주말이 끝나갑니다. 평일이 시작되면 또다시 회사에서 수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하겠지요. 평소에는 좋은 동료들과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자리와 보상이 결정되는 순간에는 경쟁자가 되어야 하는 동료들과 이중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정해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자리가 아닌 새로운 자리를 찾아서 발전할 수 있는 나만의 안목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생존해야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영화리뷰 _ 어쩔수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