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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지시의 문제점

지시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by 책인사

A 상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 일은 이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B 상사에도 전화가 왔습니다.

"그 일은 저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B 상사가 구두지시한 내용은 법을 위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B 상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와 강조했습니다.

"법무 검토도 받았고, 내부적으로 논의 다 했습니다. 꼭 저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해했죠?"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법무 검토도 받았고, 내부 논의까지 완료된 내용을 제가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B 상사의 구두지시에 따라 저렇게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걸려온 B 상사의 전화.

"아직 저렇게 처리하지 않았죠? 내가 말하기 전까지 일단 홀딩하세요."




내란 재판을 보면서 B 상사의 업무지시가 떠올랐습니다.

계엄이라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제대로 된 문서가 없습니다.

기준이 되는 문서가 없으니, 업무지시도 오로지 구두지시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임무를 시킨 사람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니,

오로지 위법적 행위의 책임은 부하들에게만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집무실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이라는 명패를 올려두었다던 대통령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기에 바쁩니다.

시키지 않았다면 그 수많은 군인과 경찰, 그리고 공무원들은 왜 1년 전 계엄의 한가운데에 있었을까요?


리더는 구두지시를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는 우선 구두지시를 해야 할 수 있겠지만,

구두지시를 했다면 따로 문서나 메시지로 그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안 문제상 문서를 남기기 어렵다는 이유는,

'문서가 남으면 누군가(=본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싫다.'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육하원칙에 맞춰 보고받기 원하는 리더라면,

업무지시도 그만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두지시로 시작해서 책임전가로 끝난 계엄]


https://youtu.be/3D5vMtAbHro?si=qoFzRx6xbyzmPINu

https://youtu.be/E0mqR3SvpcQ?si=03RXf7Wd_3UpgMJv


+ 책임(Respon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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