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미 Jan 06. 2022

저의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세요!

새롭게 탈바꿈하기 위한 도전기




1. 계기


첫째, 엄마에게 빚이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엄마는 사업을 오래 해왔으므로 감당이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제 엄마 혼자 일해서 버는 데에 한계가 왔다고 했다. 그 말은 엄마가 아니라 언니에게 들었다. 엄마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당첨된 청약을 날려 마음이 힘들었던 외숙모에게 전화를 받은 언니에게. 엄마는 내가 중학생때부터 아이들 다 서울에 놔두고 혼자 강원도에 갔다. 뼈빠지게 일했지만 적자였다. 강원랜드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었는데도 그랬다. 강원랜드에서도 떼가고 본사에서도 떼가니 남는 게 없었다. 그러면서도 매출은 높아서 인건비를 줄일 수도 없었다. 적자만 났던 거기를 정리하고 식당을 열었다. 거기도 대박이 나서 잘 되었지만 10년간 불어난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언니의 가능한 대출도 모두 엄마에게 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최근 받을 수 있는 대출들을 엄마에게 주었었다. 정말 한계가 온 것 같았다.


미안하고, 가슴 속 무언가가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가 사회를 바꾸는 일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내 미래에 대한 부담은 가족들이 져주고 있었구나. 이러다가 잘 안되면 또 쉬고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도전을 할 시간이 없었구나. 없는데 있다고 착각했구나. 엄마가 해줄 수 있었던 건 우리를 대학에 보내는 것 까지였구나.


나를 책임져야 하는 건 나였다. 그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실제적으로 와닿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리고, 나의 앞날을 뚫어낼 비전을 모색해야 했다.


둘째, 절대로 보고싶지 않았던 나의 본심을 마주했다. "사회운동을 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야. 그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이 마음때문에 내 안에 가득했던 다른 욕구들을 외면했다. 하지만 그 욕구들도 나였다. 그걸 인지하고 나니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회운동을 하면 좋지만 다른 욕구들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또 안한다고 죽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나는 살아가고 싶다. 행복하게. 그 중에서 사회운동은 중요한 욕구 중 하나였을 뿐이다.


셋째, 이직이나 취준을 할 때 주변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 보고 나도 해봐야지 싶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미래를 세우려면 현재를 알아야 했다.


2. 진행


20명 정도에게 카톡을 보냈다. 비전을 세우기 위해 나에 대해서 알기 위함이니, 솔직하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 동아리에서, 학생회에서 같이 일을 했던 친구들, 좋은 계기로 알게된 인연들에게 보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었는데 마치 사주를 보는 기분이었다. 왜 나에게 모순된 평이 있는건지 궁금했는데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로 정리해보니 어떤 결론들을 얻을 수 있었다.



3. 아 얘가 이건 잘한다! 싶은 것은?


사업의 기본은 진행과 보고라고 배웠다. 여러 사람들이 해준 말들을 싸그리 종합해 카테고리화를 했다.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응답해준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다. 위는 그 카드뉴스이다.


1) 집중력


우선순위라고 생각되는 것에 무섭도록 몰입하는 능력이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서울텐데 주변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그 강점의 일환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그리고 이 강점은 뒤에 서술하겠지만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한다.


2) 책임감


어딜 가도 기대받을 것 같다는 말이 있었다. 어떻게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실현시킨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열정적으로 잘 하고 싶은 분야에서, 열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되는구나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은 기획안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실무리스트가 필요하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하며, 그것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이 굴러간다는 것을 총학생회에서 연대사업국장을 하면서 배웠다.


3) 배려심


기본적으로 잘 들어준다. 밝고 따듯해서 어딜 가도 친근하게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온순한데다가 생긴 것도 자그맣고 동안이라서 어딜 가도 잘 챙김받았다. 또 타인을 잘 챙기기도 한다. 조율적이고, 협력을 중시하는 성격이라 그렇다. 공감적 대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스킬들을 배우기도 했다.


4) 자기성찰적


나에게 솔직한 것은 뛰어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원래 기록을 굉장히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집에 일기가 엄청나게 많다. 일기 어플도 종류별로 다 써봤다. 하도 많이 쓰다보니 차라리 이걸 글로 써보자 해서 시작했던 것이 인스타그램의 '매일 쓰기' 계정이다. 그 힘에서 탄력을 받아서 브런치 작가도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담을 오래 받아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나의 마음을 어디 하나 빠진 것 없이 두루 받아들이고 살펴보는 법을 배웠다. 


5) 이해력


똑똑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왠지 잘 모르겠는데, 상황판단력이나 이해력이 좋다는 것 같다. 공부를 전국적으로 잘 한 것도 아니고 수능도 망했는데, 적어도 인풋과 아웃풋은 빠른 것 같다. 배움이 흡수가 빨라 스펀지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아마도 우선순위라고 생각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6) 좋은 의지, 스킬


사람이 살만한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니 청년실업, 노동, 부동산, 페미니즘, 한반도, 사회체제, 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 의지와 연관된 활동들도 많이 해왔다. 부당한 것들을 보면 가슴이 뜨겁다. 

그렇다보니 그것들을 잘 해내기 위한 스킬도 연마했다. 강의도 하고, 퍼실리테이션 진행도 하고, 영상이나 홍보물도 만들고, 기획서도 쓰고, 글도 쓴다.



4. 아 얘가 이건 약하네! 싶은 것은?


1) 멘탈 약함


이걸 정리해보고 머리가 띵했다. 아, 그래서 나보고 고집이 있다고 했구나! 온순함과 고집있음이 동시에 나오는게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 알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수용적이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믿고싶은 부분에서는 매우 고집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타인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러면서도 주관을 잃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흔들린다.


2) 체력 부족


욕심은 많은데 지각이 매우 잦았다. 사실 이건 체력문제는 아니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우울증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또는 돌봄받고싶은 욕구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어버렸고 아무도 나를 돌봐줄 수 없다. 책임에 대해서 잘 몰랐고, 이번 이후로 그것에 대해서 성찰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3) 비현실적


욕심이 많다보니 현실을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고집을 부리게 되었던 것이다. 자연히 현실적인 전략수립은 어려워지고 원하는 결과는 멀어질 수 밖에. 그렇게 멘탈이 더 약해지고 무너지는 결과가 왔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도 이상적인데, 미래만 보다보니 그럼 현실에서 뭐가 필요한지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졌었다. 


4) 기타


우선순위에 없는 것에는 극도로 무심했기에 주변인들을 서운하게 한 적이 많았다. 아마도 내가 일을 하면서 아이까지 키워야하거나 결혼을 한 나이였다면 더 심해졌을 것이다. 또 두려움에서 조금 벗어나 용기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거듭된 실패로 두려움이 쌓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직시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5. 결론


나에게는 많은 강점과 약점이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연결고리가 나였다. 강점은 활용하고, 약점은 파악해서 그것이 불거지려 할 때 스스로 제동을 걸면 된다. 또 나는 그 약점들이 왜 생기는지 안다. 그러니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다. 그건 잘못된게 아니라 그저 인정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걸 해보고 나서 시야가 넓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와 생각이 다른 것들도 무조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분노하는 게 아니라 차분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스킬이 생겼다. 마치 <유미의세포들>에서 어떤 관계가 끝나고 난 뒤에 새로운 스킬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의 좌우명이 생겼다. "1등 말고 2등 하자!"

1등은 내가 원하는 완벽한 이상향이다. 쉴새없이 공부하고, 쉴새없이 완벽하게 딱딱딱 일을 처리해내고, 주변에도 아무 서운함을 주지 않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그건 내가 지향해야 할 점이고, 현실의 나는 2등이다. 하지만 2등은 노력했다는 점에서 멋있고, 1등이 될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진취적이다. 2등만 해도 정말 잘한 것이다. 1등이 되기 보다는 계속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갈 2등이 되기로 했다.


올해로 27살이 되었다. 사기업을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학점관리도 안되어있고, 자격증도 하나 없다. 하지만 이번이 정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생각되어 올 한해는 취업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벌써 한자 자격증 딸 프로세스도 만들었고 책도 구매했다. 토익도 신청해놓고, 스터디도 신청해놓았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HRD이다. 그 분야로 파고들어보려고 한다. 하다가 안되면 공기업 해도 되고. 앞으로의 길은 열려있다.


이번에 또 하나 알게된 것은, 내가 돌다리를 오래오래 두들기는 편이고 결정이 남들보다 늦을 수는 있어도 한번 결정하면 엄청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닥치는대로 진행한다' 수준의 추진력이다. 이러다가 번아웃이 오지 않게 쉬는 시간도 잘 만들어주어야겠다. 나는 그냥, 내가 나인게 좋았으면 좋겠다. 그게 목표다.


책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취업준비에 몰입하다보니 또 브런치는 좀 멀어져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글은 올려야겠다. 이것 역시 내가 하고싶은 것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