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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n 15. 2023

꺾이지 않는 내 마음.. 이번엔 한번 꺾어보려고요

평생을 과체중에 머물고 싶은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면서요?...."


  울먹이면서 시상대에 오른 연예 대상 수상자가 몇 년을, 몇십 년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온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는 자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목표를 향한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그의 울먹이는 수상소감에 감동받은 나는 순간 나에게도 무언가를 향한 꺾이지 않는, 절대 꺾이지 않았던 마음 같은 게 있었을까.... 하고 반백 년이 훌쩍 넘어버린 내 인생을 돌아본다. 


  나는 살면서 무엇인가를 그렇게 갈구하지도 않았고 또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걸 먹어본 적도 없는 거 같다. 그냥 그때그때 나에게 주어진 것의 한 80% 정도를 해 내는 것으로 스스로와 적당히 타협을 보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 정도로 사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성격도 체형도 인생도 모두 적당히 어느 선에 맞춰줘 있고, 그것들은 모두 내가 쟁취했다기 보단 어느 날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 것들이었다. 


  나이 오십 살이 많이 넘은 어느 날, 거울 속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평생을 통통하게 살짝 과체중으로 살아오신 분.

다이어트라는 변곡점을 만들어보려는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살집 있는 동근얼굴에 차고 넘치는 복부지방을 달고 살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이 외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 최종 나의 생명 연장의 날과도 관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참 어려웠다. 무언가를 바꾼다는 게 나에겐 너무나 어렵다.

왜냐면, 나 자신을 바꾸려는 마음보다 스스로 내가 바뀌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서겠지.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내 인생 마지막 날까지 쭉 과체중으로 살아가겠다는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충대충 이번생을 마감하겠다는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마음을 어찌할꼬?


  새롭게 세상에 없던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나를 상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내 마음을 꺾어보고 싶다.

평소엔 딸이나 남편 그리고 타인을 향해 온갖 논리로 무장한 잔소리를 퍼붓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이들을 설득해서 보다 진취적인 일상을 살도록 만드는 엄마이자 부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늘 나의 시선과 잔소리는 밖을 향해 있었다. 따져보면, 나는 나 자신의 논리에 한 번도 설득당한 적이 없다. 

나 자신에게도 통하지 않는 잔소리였기 때문이었을까.. 가족이나 타인에게도 그다지 효과가 없음을 알고 있다. 이런 것이 진정성 결여라는 것일까?


서론은 길어졌지만, 흔히 말하는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어렸을 적 나의 시선은 밖으로 향해 타인들의 멋진 몸매 그리고 운동하는 멋진 모습등을 향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부러움으로 시작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내 시선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향해있다. 

'음... 내가 이렇게 움직이기 싫어하는구나. '

'또 간식을 먹으려고 하는 나는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용히 지켜본다면 아마 소스라치게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지는 이상적인 내 모습과 실제의 내 모습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

오십 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지켜오던 다이어트에 반대하는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한 번쯤은 꺾어보고 싶다.


  이렇듯 세상에서 제일 설득하기 어렵고 과체중 유지에 대한 오십 년 넘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어머님이자 여사님인 나 자신을 처음으로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도 물론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못 꺾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전의 다이어트와는 달리 좀 재미있을 것 같아 약간 설레기도 한다. 생전 처음으로 과체중을 유지하고 싶은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꺾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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